▣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잠깐, 같이 가시죠.”
야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박아무개(27)씨의 앞길을 경찰관 4명이 막아선다. “무슨 일이신지….” 질문 따위는 애초부터 필요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밤늦게, 그것도 집 앞에서 경찰 4명에 둘러싸인 박씨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순순히 경찰 ‘빽차’에 타는 것밖에 없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그것은 체포였을까, 임의동행이었을까.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사람이 들끓는 기차역 대합실에서 옷차림이 헐렁해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간 경찰관은 신분증을 내놓을 것을 우악스럽게 요구한다. “무슨 일이신지….” 경찰관에게 대들 만한 용기를 가진 ‘허름한 옷차림’의 시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굽실대며 신분증을 내놓고, 이를 받아든 경찰은 당연한 권리를 누리듯 주민번호를 확인하며 신원조회를 한다. “피의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동행이 이뤄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임의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찰이 “잠깐 같이 가자”고 말하거나,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말할 때 자신 있게 외쳐보자. 뭐라고? (하나, 둘, 셋) “됐거든!”
오래된 조크 하나.
경찰·기자·교수가 함께 술을 마셨다. 셋은 많이 취했다. 술값은 누가 냈을까? 답? 술집 주인! 오래된 조크 또 하나. 경찰, 기자, 교수가 다시 술을 마셨다. 술집 주인은 이번엔 선불을 요구했다. 경찰은 “여기가 누구 나와바린데”라고 외치며 배쨌고, 교수는 “나는 원래 지갑을 안 가지고 다닌다”며 화장실로 내뺐다. 보다 못한 기자가 전화기를 꺼내놓고 이렇게 외쳤다. “어이, 홍보팀 김 과장, 30분 내로 카드 가지고 이리 오라고!” 술 더럽게 먹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술 마시고 홍보팀 여직원에게 몹쓸 짓은 하지 말자. 지방 출장 가서 해괴한 일 저질렀다는 문화방송 아무개 기자 때문에 하는 얘기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담배를 피우거나, 가려운 등을 긁거나,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것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었던 듯하다.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주인공 정아무개씨는 법정에 나와 “피해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고, “사람을 죽이고 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희를 느꼈다”는 말도 늘어놨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죄는 나쁘지만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따지며 고민해왔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사회의 모순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이 죽는 일은 참 슬프다. 사람을 죽인 죄를 물어 다시 사람은 죽이기로 결정하는 일도 슬프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였는데, 그 분노의 원인을 헤아릴 수 없는 현실은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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