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급 [k∂b] 접두사. 急
형용사 ‘급하다’의 어근. 일을 서두르거나 다그칠 때(급하게 닦달하다), 지체할 겨를이 없을 때(돈이 급하다), 사정이 몹시 딱한 경우(먹고사는 것도 급하다), 기다리는 것이 답답할 때(마음이 급하다), 성질이 참을성 없이 조급할 때(성미가 급하다), 매우 가파른 모양(경사가 급하다) 등에서 쓰인다. 접두사로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갑작스러움, 급작스러움, ‘매우 급한’ ‘매우 심한’의 뜻을 더하기도 한다.
급가속, 급정지, 급강하, 급상승, 급선회, 급회전, 급경사 등. 급할 급자가 두 번 들어간 ‘급급하다’는 형용사다.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쓰느라고 다른 일은 돌볼 겨를이 없음을 의미하는 ‘급급하다’(변명하기에 급급하다, 먹고사는 데 급급하다)는 한자어로 ‘차례 급’(汲)을 쓰지만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급’에 어울리는 사회로의 전환이다. 보일러에서 물을 빨리 끓이는 ‘급탕’이 생기고, ‘급’하게 음식을 얼려서 더 신선하다는 ‘급냉실’이 마련되었다. 산업사회의 발전이 급하게 이루어진 대한민국에서 ‘빨리빨리’는 생활양식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은 ‘빨리빨리’다. 외국인은 이탈리아 사람을 “저런 다혈질 민족 이탈리아 사람 같으니”라고 말하는데 한국인은 “이탈리아놈들, 아 답답해”라 하고, 영화도 “그래서 결말이 뭔데”다. 빨리 취하고(폭탄주), 퀵서비스를 즐겨 쓰고, 30분 내 안 나오면 공짜로 음식을 주고, 사무실·가정·학교에 모두 초고속 케이블이 깔렸다. 박명수의 ‘호통 개그’도 급반전으로 만들어진다. 돌연, 갑자기 화기애애하다가 버럭 화를 내는 사람은 한국인들에게 별로 낯설지 않다.
요즘에는 단어 앞에 ‘급’을 붙여 ‘단어’를 제조하는 조어법이 유행이다. 갑자기의 원래 말인 ‘급자기’는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기’를 연발할 때”라는 의미가 떠오른다. 갑작스런 만남 ‘급만남’이 있고, 갑자기 방긋거리면 ‘급방긋’이다. ‘빨리빨리’보다 더 효율적인 단어를 찾은 것이다. 단,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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