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이게 말이 되냐고!”
화가 단단히 난 독자의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약 6주 전의 일입니다. 50대 이상으로 짐작되는 그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601호에 실린 ‘이규태의 지하실에 들어가다’는 제목의 기사가 화근이었습니다. <한겨레21>은 그 기사에서 세상을 떠난 <조선일보> 이규태 전 고문의 지하실 서재를 소개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수구신문의 대표적 인사를 그렇게 대문짝만하게 띄워주냔 말이야!” 저는 훈계만 들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되돌아봐도 그 독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보수나 진보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가 이룬 지식세계까지 송두리째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규태 전 고문은 숨을 거두기 전 73살의 나이까지 고정 코너를 집필했습니다. 그를 끝까지 지켜준 조선일보 사주의 의리가 대단합니다. 4년 전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프리초프 마이어’라는 <슈피겔> 기자가 떠오릅니다. 당시 그의 나이 69살이었습니다. 36년간 <슈피겔>에서 일한 그는 현역처럼 뛰고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펼치며 다시 그런 생각을 합니다. 67살의 김대중 고문. 그는 칼럼으로 추한 노익장을 보여주는 전형처럼 비칩니다. ‘평택 논두렁에 뒹군 사람들’. 얼마 전 쓴 칼럼의 제목입니다. 초강대국 미국에 줄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절절히 묻어나는 글입니다. 왜 평택 농민들이 논두렁 진흙탕에서 뒹굴며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은 손톱만큼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의 세계관이 변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안타까운 건 그의 글에 인간의 얼굴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그를 ‘평택 철거용역 언론인’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가 두들기는 컴퓨터 자판은 국방부가 동원하는 철거깡패 폭력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리영희 선생은 1984년에 쓴 <인간만사 새옹지마>(범우사)라는 책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1960년대 <조선일보> 외신부장 시절 갓 들어온 수습기자 후배들을 교육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베트남전쟁으로 절정을 이루던 냉전구도의 이면을 외국 자료를 통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줬는데도 끝까지 이해를 못하고 동문서답만 하던 ‘서울대 법대 출신 김아무개’가 있었답니다. 슬픈 것은 다른 후배들이 언론자유투쟁으로 다 쫓겨날 때, 그 ‘김아무개’만 남아 그 뒤에도 10년 동안 신문지면에서 화려하게 춤추었다는 것이지요.
이제 10년하고도 +22년. 영광을 누릴 만큼 한평생 누렸습니다. 그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언론의 비극입니다. 김대중 고문은 이제 푹 쉬어야 합니다. 이규태 전 고문처럼 긍정적인 평가도 하나쯤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고문으로 끝까지 남아 칼럼으로 ‘고문’했다는 모욕을 뒤집어쓰고 싶습니까? 글 좀 쓰지 마십시오. 인간 김대중 개인을 위해서, 조선일보의 발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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