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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초딩 얼굴 평가

등록 2006-03-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제 얼굴이에요. 100점 만점이라면 저는 몇 점 정도일까요? 악플도 상관없어요. 여자들이 볼 땐 어떨까요? 머리 스타일은 뭐가 어울릴지.” “초딩 얼굴 평가;; 한번 해볼까 하는데요 ^-^;; 저, 얼굴 이상하더라도 돌은 사절하겠습니다;; 참고로 6학년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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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얼굴 평가’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초딩’(초등학생)들이 연예인 얼굴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외모에 관심이 높은 초딩들이 자신의 사진을 블로그나 포털 등에 ‘들이’댄다. 그리고 당당하게 “평가를 해달라”고 한다. 자아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고딩들에겐 무모한 짓이다. 외모를 따질 만큼 조숙해진 것인지 천진난만한 것인지, 어쨌든 초딩들은 용감하다.(‘중딩 얼굴 평가’는 있어도 ‘고딩 얼굴 평가’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

초딩들이 얼굴을 공개하는 유형은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 유형은 “객관적으로 제가 매력 있는 얼굴인가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형태. 이런 경우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충만한 ‘자아도취형’이거나 진짜 자신의 매력에 대해 알고 싶은 ‘실존형’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꾸미면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까요”라고 묻는 ‘작업형’이다. 초딩들 사이에도 이성교제가 주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얼굴 공개 사진이건, 예외 없는 법칙이 있다. 이른바 ‘얼짱 각도’. 대략 얼굴은 상방향 35~45도를 유지하고, 동공을 있는 대로 팽창시켜주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이쁜 짓’. 볼도 살짝 부풀려보고, 손가락 브이도 필수요소다. 마지막으로 ‘뽀샵질’(포토숍 작업)로 얼굴을 화사하게 다듬어주는 센스! 예쁘게 보이려는 마음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초딩들의 ‘대략 순수’한 평가 요청에 “귀엽게 생겼네요~ 인기 있을 것 같아요” 등 진지한 댓글이 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초딩들은 언니·오빠들의 ‘돌’을 맞는다.

“아이쿠 형. 15년 전에 잃어버렸던 우리 형이네. 형 나야 ㅠㅠ. 지금 나 20살이야. 형 지금껏 어디서 지냈어?”(초딩 5학년의 얼굴 공개에 대한 댓글) “뽀샵질로 일부러 얼굴을 망쳤냐. 제발 부탁이니 얼굴 좀 올리지 마라. 찌질아~” 등 기대하지 않았던 ‘꾸지람’성 답글들이 스크롤을 압박한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여길까”를 궁금해하는 건 사춘기의 자연스런 욕구다. 전엔 친구에게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면, 평소 인터넷 놀이터에서 소통하는 초딩들은 알지 못하는 형·누나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답변들 중에는 초딩들도 많다. ‘대갈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고 윽박지르는 경우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주려는 노력이 아이들에게 힘을 준다. 우리의 꿈나무, 초딩들이여~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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