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쇠심줄 브라더스’의 저력은 대단했다.
3·1절 내기 골프를 친 이해찬 총리는 “대통령에게 거취를 맡기겠다”고 말한 뒤 묵묵부답이고, 최연희 의원은 여기자 가슴을 주무른 뒤 어디론가 사라져 2주째 말이 없다. 말은 없지만 속내는 안 봐도 구만리다. 그들은 아무래도 “그만두겠다”고 말하기가 힘드신 모양이다. 그렇지만 대중들의 판단은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 이 총리가 그만둬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52.8%, 최 의원이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은 78.3%에 달했다. 버틸수록 망가지고, 망가질수록 재기는 더 힘들어진다. 처음엔 단순했던 3·1절 골프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적절한 사람들이 개입된 로비 골프로 악화됐고, 결국에는 수십만원의 상금이 걸린 내기 골프로 추락하고 말았다. 계속 버티시며 못 볼 꼴 보이시는 것은 ‘쇠심줄 브라더스’ 두 분의 자유시겠지만, 두 분 때문에 더 이상 한숨 쉬기 괴로워하는 국민들 생각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쇠심줄 브라더스’의 평소 성격은 좋으셨던 모양이다.
두 분의 고향과 지역구에선 이해찬 상병과 최연희 일병 구하기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총리의 고향인 충남 청양군 당원협의회 사람들은 “저급한 정치 놀음에서 총리를 구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했고, 최 의원 지역구인 강원도 동해시 여성들도 “우린 의원님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 의원 지역구에 내걸린 몇몇 펼침막은 아예 내건 주체가 없거나, 펼침막 밑에 이름을 써붙인 단체 쪽에 문의를 해도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론을 피해 2주째 도망다니시는 쇠심줄께서 뭔 짓을 못하겠는가(최 의원이 꼭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살다 보면 사돈의 팔촌의 친구까지 동원해 자작극을 벌여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자를 성추행한 뒤, 좀더 살아보겠다고 잠적한 사람에게 이런 응원구는 좀 쑥스럽지 않나 싶다. “최연희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승부욕의 화신’이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우리의 총리께서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셨다. 총리와 함께 ‘내기 골프’를 쳐 구설에 오르신 ‘공 친구’ 세 분께서는 세간에 떠도는 ‘100만원 내기 골프’ 논란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총리실 기자단에 A4용지 1장짜리 팩스를 뿌리셨다. 타이어를 만드는 ㄱ회장, 밀가루는 만드는 ㄹ회장, 청와대 전 교육문화수석 ㅈ씨 등이 주인공. 그들은 “그것은 100만원이 아닌 40만원”이라며 침을 튀겼다. ‘삑사리’ 안 나려면 손가락에 힘주고 당구 큐대에 분필가루 제대로 묻혀야 한다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잠시 잊은 회장님들의 경거망동에 총리 기자실이 잠시 숙연해졌다. 회장님들은 깐깐한 외모의 우리 총리께서 알고 보면 상당한 ‘매너남’이라는 에피소드 한 토막도 잊지 않으셨다. 총리는 자기 몫으로 받으신 ‘상금’(!)을 캐디 마스터가 찾아와 전해드렸지만 “당신들 몫이니 알아서 쓰라”는 매너까지 선보였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쇠심줄 브라더스의 자살골 퍼레이드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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