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혼자일 때 외롭습니다.
하지만 외로워도 짜릿합니다. 외롭게 홀로 보도할 때 기자들은 희열을 느낍니다. 본능이자 숙명입니다. 그래도 왠지 거창하게 ‘특종’이라는 말은 하기 꺼려집니다. 거기엔 어떤 물컹한 욕망과 속물근성의 냄새가 납니다. ‘단독보도’는 같은 뜻이지만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한겨레21>은 이번호에서 두 가지 ‘단독보도’를 해냈습니다. 먼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퇴임 1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입만 벙긋해도 뉴스가 되는 그녀. <한겨레21>이 2시간30분 동안 독대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대중공업 노조 비리에 몸을 담았다고 고백한 양승민씨입니다. 한탕에 대한 유혹이 그를 뇌물과 서류 조작의 밀실로 내몰았고, 종국에는 허망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겨레21>에 진실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은 그는 울산지검 조사실로 자진해 걸어들어갔습니다.
양승민씨의 양심선언은 느닷없는 제보로 이뤄졌습니다. 화요일 아침, 비행기로 1박2일 일정의 울산 출장을 떠날 때만 해도 길윤형 기자는 그토록 중대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결국 출장은 이틀 더 늘어났고, 장장 10쪽에 이르는 특집기사를 현지에서 작성해야 했습니다. 길 기자의 민첩하고 성실한 취재가 사실을 풍부하게 드러내는 데 톡톡히 한몫했습니다. 제보가 거짓이 아니라면, 말로만 떠돌던 대기업 어용노조의 치부를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표지로 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듭니다.
강금실 전 장관 인터뷰는 1주일 전 기획회의에서 표지로 의견을 모았던 것입니다. 실제 인터뷰 성사에 대해 확신은 희미했지만, 한번 밀어붙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강금실 전 장관과 친분이 있는 김창석 팀장은 이런 농담을 날렸습니다. “사무실에 찾아가 인터뷰해줄 때까지 드러눕지, 뭐.” 때마침 그녀의 사무실이 강남에서 서울역 앞으로 옮겨왔습니다. 김창석 팀장과 저는 사무실 이전 인사차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공식 인터뷰가 이뤄지기 이틀 전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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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녀를 세 번째 만났습니다. 3개월 전에 한 번, 1년3개월 전에 또 한 번 서울 강남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을 찾은 걸 포함하면 그렇습니다. 이번 방문이 인터뷰 탐색을 위한 것이었다면 나머지 두 번은 달랐습니다. 아니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인터뷰’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같으니까요. 바로 ‘인터뷰 특강’입니다. <한겨레21>이 해마다 여는 인터뷰 특강 출연을 두 차례나 요청했던 겁니다. 물론 고사했습니다. 무슨 말을 꺼낼 틈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꼭꼭 숨어지내길 원했습니다.
아무튼 세 번째 만남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인터뷰 특강’이 아닌 ‘인터뷰’를 머뭇거림 속에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아전인수로 해석하면 ‘삼고초려’가 된 셈입니다. 덕분에 <한겨레21>의 봄맞이 호는 환해졌습니다. <한겨레21>의 인터뷰 특강도 3월14일부터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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