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그것은 고무줄일까? 늘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늘어나는 것을 보니 ‘아마도’ 헐렁한 고무줄인가 보다. 국방부는 2004년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발표할 때,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내려보내려면 38억5천만달러(당시 환율로 4조원)가 든다고 못을 박았다. ‘4조원’이 이웃집 똥개 이름은 아니겠지만 우리 정부가 ‘에누리’ 없는 미국을 상대로 큰소리 한번 쳐본 일이 있던가. 착한 국민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참았다. 그러던 돈이 2월6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5조~5조5천억원이 들 예정이라고 말이 바뀌더니, 미군기지를 받아들이는 평택시 지원금까지 합치면 11조원의 돈이 든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 사령관은 지난해 3월 자기 나라 청문회에서 “이전비용이 80억달러(8조원)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앞에서 바짓가랑이 내리며 살아온 게 자랑스런 ‘대한민국 60년’ 역사지만 가끔 가다 신선하게 지킬 것은 지키면서 살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빤스’ 고무줄 늘어진 채 멍하니 살다간 개망신당한다.
하인스 워드의 터치다운 때문인가. “이제, 혼혈인도 군대에 갈 수 있다!” 병무청 관계자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대한민국 병무청이 하인스 워드의 슈퍼볼 맹활약을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놀라운 선견지명을 발휘해 2005년 6월30일 “1987년생부터는 혼혈인도 사병이나 공익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고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조선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법 조문은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로 끝나, 혼혈인의 군 복무는 ‘의무’가 아닌 ‘옵션’으로 정해졌다. 예상대로 ‘튀면 죽음’인 대한민국 군대에 입대 신청한 혼혈인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보너스! 혼혈인은 원하면 사병으로 군대에 갈 순 있지만, 장교나 부사관은 될 순 없다. 이쯤되면 거의 눈 가리고 아웅이다. 혼혈인이 대한민국 장교로 떳떳하게 군 생활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하인스 워드들이 나타나 눈물의 터치다운을 완성해야 할까.
‘묵주 거사’의 화려한 변신은 노련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혼을 빼놓고 말았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진행하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서 정형근 의원을 전화로 불러 인터뷰하고 있었다. ‘묵주 거사’는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 때) 추궁을 해도 그냥 고개 숙이고 잘못했다고 싹싹하게 한다든지 해 너무 많은 외양과 내용의 변화가 있었다”며 유시민 의원의 뒷담화로 말문을 열었다. ‘묵주 거사’는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어젠다가 있을 때 ‘순회대사’ 역할을 한다. DJ가 방북해서 고착된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다”며 지금까지의 입장과 달리 DJ의 방북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정 의원의 화려한 변신에 당황한 장 전 의원,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야, 정형근이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무섭다, 무서워! 유시민이도 저렇게 변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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