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그 학생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나 보다. DJ 선생님의 “정치적 계승자” 발언을 놓고, 아전인수 아니 적반하장의 해석이 난무했다. 그동안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홍길동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드디어 자신들이 ‘적자’로 인정받았다고 쾌재를 불렀다.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통합파는 “민주, 평화세력이 함께 손을 잡으라는 당부”라고 아전인수 격의 고전을 보여주었다. 열린우리당의 호들갑에 민주당의 한마디가 찬물을 끼얹었다. 유종필 대변인 왈 “민주당은 그런 말을 10번도 더 들었다”. 원래 ‘적자’는 말이 짧은 법이다. 말하지 않아도 ‘민주당’이란 성명이 호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적반하장을 노리는 한나라당까지 가세해 동교동 삼거리가 붐볐단다. 이러다가 이북의 장군님처럼, 이남의 선생님도 ‘유훈 통치’까지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참, 여기서 ‘호부호형’이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가 아니라 ‘호남을 우리 땅이라! 부르지 못하고(호부), 호남을 형제의 땅이라 부르지 못하는 신세(호형)’를 뜻한다.
그래도 DJ 선생님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만약 YS 선생님이 한나라당에 “정치적 계승자”라는 발언을 했다고 치자. YS를 면담한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그 말을 언론에 전할지 고민에 빠진다. YS 선생님의 말씀에 부산경남(PK) 표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대구경북(TK) 정서는 은근히 반감만 품고, 호남 민심은 백리 밖으로 떨어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DJ와 라이벌 의식에 아직도 시달리는 YS 선생님은 자신의 발언이 알려지지 않자 자청해서 기자들을 불러놓고 말씀하시겠지. “내가 한나라당에 니들이 내 적자라 캤다카이.” 그래도 어느 당도, 어느 누구도 ‘적자’라고 우기지 않겠지. ‘서자’임도 부인하겠지. YS 선생님은 외로움을 잊으려고 달리기를 하시겠지. 마침내 3김 지역주의의 마지막 승자는 DJ 선생님이 됐다는 말씀.
히틀러도 불태우지 못한 파리를 이주민의 분노가 불태우고 있다. 르네 클레망의 영화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는 히틀러의 다급한 목소리로 끝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연합군이 파리로 진격하자 히틀러는 파리 점령군 사령관에게 파리를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사령관은 머뭇거린다. 그가 받아 놓아버린 전화에서 히틀러는 다그친다.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그렇다. 파리는 불타고 있다. 히틀러가 불태우려고 했던 파리를 히틀러의 후예인 신나치가 가장 미워하는 이주민이 불태우고 있다.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 가장 가슴 아픈 말은 “나쁜 일자리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일자리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분노”라는 것이었다. 나쁜 일자리조차 없었다니! 파리 아니 세계는 불타고 있다. 21세기 지구촌은 국경 없는 경쟁이 아니라 국경 없는 전쟁의 시대다.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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