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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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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뽕프레레와 ‘대딸방’ 주인의 분노

등록 2005-10-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씨바, 이래도 되는 거야!” 조원희의 ‘스리쿠션’ 슛 한방으로 대한민국 4천만이 만족했던 그날, 홀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이방인이 있었다. 이름하야 요하네스 뽕프레레.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 치는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네덜란드 축구 기자를 상대로 아드보카트와 축구협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에게 아드보카트의 승리는 ‘내가 다 만들어놓은 대표팀을 물려받아 만든’ 가로채기였고, 축구협회는 그의 위대한 작전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었던 ‘무능한 집단’(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기도 한다)이었다. 뽕프레레는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의 부당한 간섭에 저항해 “빌어먹을”(Go to hell)이라고 소리치며 방을 뛰쳐나갔다는 무용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팀이 졸전을 펼칠 때마다 (작전은 좋았는데) “선수들이 못했다”고 했고, “왜 졌냐”는 질문에는 “상대가 우리보다 골을 더 많이 넣어서”라는 ‘성철 스님’ 수준의 선문답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공은 공이로되, 골은 골이고, 뽕프레레는 ‘고 투 헬’이다!

‘대딸방’ 업주 ㄱ씨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대딸방이 유죄라니! 그에게 ‘성행위’는 ‘삽입’과 같은 뜻이었다. 노련한 대딸방 업자로 그는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지난 7월 대딸방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남성 포털 사이트 ㅅ넷과 ㅇ라이프 등에 협찬을 해주고 ‘우수 대딸방’ 순위에 가게의 이름을 집어넣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거기 가보니까 서비스 별로더라”는 네티즌들의 악플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그였다. “저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저희는 마사지방이거든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남성의 그곳을 마사지했을 뿐인데.”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다는 그. 감옥 담장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안 봐도 구만리다. 지난 10월14일 육군 모 부대에서 이등병 250명을 모아놓고 ‘성공적인 군생활’(!)에 대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차렷, 열주웅~쉬엇, 차렷!” 구령 소리에 분위기는 싸하게 얼어붙는다. “눈동자 굴리는 새끼들 있다. 대대장님께 경례. 추웅~성!” 대대장은 인자하지만 만만치 않은 눈빛으로 신병들을 좌우로 어본다. “이병 홍길동 외 250명 ‘성공적인 군생활’을 주제로 토론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추웅~성!” “충성! 여러분들 각자 소대장과 선임병들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토론에 임하도록.” “대대장님 훈시 끝. 토론 시좌~악! 각 분대 병장들은 위치로!” “위치로!” 험악한 선임병장들의 우악스런 통제가 시작된다. “쉬팔놈들 빨랑 모여라. 지금부터 토론 규칙을 설명하겠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선임병이 싫어하는 이등병의 행동 극복 방안’이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보고 그대로 따르기 바란다. 조교, 위치로!” “위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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