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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그럴듯하게 베끼는 센스!

등록 2005-10-06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 뭐.” 파문을 몰고 온, <조선일보> <문화일보>의 다른 신문 베끼기 논란을 보는 언론인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한국 언론판에서 기사 베껴쓰기는 일종의 관행이다. 하도 많다 보니, ‘우라까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기자들이 아침 일찍 출입처로 나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전날 해당 부처에서 나온 기사의 스크랩 복사본을 돌려보는 것이다. 똑 떨어진 기삿거리가 없는 기자들은 ‘밥값’을 하기 위해 다른 기자가 먼저 쓴 기사의 ‘야마를 조금 틀어’(내용을 조금 바꿔) 발제를 한다. 늘 기사 부족에 시달리는 데스크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지면을 잡는다. 표절과 표절이 난무하다 보니, 어느 기자가 무슨 기사를 썼는지 기자끼리도 헷갈리고, 자기가 한달 전에 쓴 문제를 다른 기자가 뒤늦게 받아쓰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 기사를 또다시 받아쓰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걸리고 안 걸리는 것은 오직 ‘센스’ 문제다. 표현·등장인물·사례 등을 적절히 오려붙여 그럴듯하게 베껴내는 센스!

홍만씨, 뒤후리기를 보여주세요! 홍만이의 ‘묻지마 펀치’와 ‘무릎 찍기’에 미국 출신의 ‘야수’ 밥 샙이 무릎을 꿇자, 이종격투기 팬들이 화끈 달아올랐다. 다음 상대는 명실상부한 K-1의 최강자 레미 본야스키. 강적을 맞아 ‘묻지마 펀치’ 연습에 열중해야 할 홍만이는 지금 혼란스럽다.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리스트 문대성(29)이 자신의 전매특허 ‘뒤후리기’를 전수해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뒤후리기! 문 선수가 올림픽 결승전에서 상대를 KO로 때려눕힌 그 ‘극강’의 기술 아니던가. 뒤후리기로 K-1을 평정하는 홍만이를 머릿속에 그린 네티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 고급 기술은 홍만이에게 무리”라는 ‘신중론’은 홍만이 팬들의 집중 포화에 맞아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다행히 살아 있는 양심은 어느 때나 있는 법이다. “뒤후리기는 자기보다 키 큰 선수에게 거는 거야.” 한 네티즌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홍만이 다시 ‘묻지마 펀치’ 연습 시작!

완전히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주공이 판교 신도시 남쪽 대장동에 30만평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지만, 결국 변한 것은 없다. 8·31 부동산 대책으로 ‘판교 쇼크’를 겨우 잡아놨더니만, 바로 밑에 30만평이나 되는 땅을 파헤쳐 ‘베벌리힐스’를 만들겠다니. 당연히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잠깐의 실수로 기밀이 새나가긴 했지만,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고스톱 사기단의 진가는 위기의 순간에 빛난다고 하지 않던가. 건교부는 “그런 사업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지 않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렇게 대강 뭉개다 보면, 결국에 이기는 건 누군지 건교부도 주공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워 안다. 이쯤 되면 거의 막가자는 꼴이지만, 주공은 그래도 억울한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가 하니까 이 정도 아니겠어요.” 현행 택지개발촉진법 아래서 주공은 30만평까지만 택지개발을 할 수 있다. “토공이 했으면 어쨌겠어요?” 아서라, 생각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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