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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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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에게 갈채를!

등록 2005-10-06 00:00 수정 2020-05-02 04:24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폭소클럽’이 폭소를 안겨주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만든 반폭탄주클럽 말입니다. 같은 프로그램 이름을 가진 한국방송의 개그맨들은 의원님들에게 감사패를 드려야 할까요, 아니면 명예훼손 고발장을 날려야 할까요. 아무튼 웃기는 걸로는 개그맨보다 국회의원들이 한수 위입니다. ‘폭탄주를 소탕’하겠다며 기자회견까지 하고선, 스스로를 소탕 대상으로 희화화해버렸습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노는 것도 유치합니다. 봉숭아학당의 학생들 같습니다. 맥주를 부은 컵에 양주를 따라마셨습니다. 그러곤 양주잔이 안 들어갔으니 폭탄주 마신 게 아니라고 우겼답니다. 폭소클럽의 선량한 회원들까지 열받아, 끊었던 폭탄주에 입을 댈 지경입니다. 이게 다 ‘주성영 회원’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주성영 의원은 때로 솔직한 듯 보입니다. <한겨레21>은 지난해 12월30일치(제540호) 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력지향성에 관해 털어놓았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선거만 있으면 모두 도전해 조직의 대표를 차지하려 했다고 합니다. 어두운 음주 전력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검사 시절 춘천과 전주에서 크게 사고 친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음주운전이 발각됐으나 ‘빽’을 써 풀려난 사건이고, 또 하나는 인사불성이 되어 공무원의 이마를 술병으로 찍은 ‘폭력전과’입니다.

충동적 기질의 사고뭉치라는 점에서 그는 부시와 닮아 보입니다. 1973년, 스물여섯살의 부시는 10대인 동생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 아버지 부시로부터 ‘소환 명령’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술에 취해 차를 몰아 집 앞의 쓰레기통을 들이받습니다. 그 뒤 현관으로 걸어들어가 아버지에게 소리칩니다. “나랑 한판 붙읍시다.” 부시는 젊은 시절을 강박적인 알코올중독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술을 끊고 진짜로 ‘주님을 영접’하고선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악행은, 술 취했을 때보다 기독교에 심취한 뒤에 더 크게 저질렀지만.

최근 <부시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을 읽으며 소름이 끼쳤습니다. 너무나 분열적인 그의 내면 세계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생생히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가 세계에서 넘버원의 영향력을 지녔다는 걸 떠올리면 살떨립니다. 부시에 비하면, 주성영 의원은 한없이 착한 사람일 거라 믿습니다.

주성영 의원을 부끄럽게 만든 이는 대구의 어느 술집 여사장이었습니다. 그는 대구지검 검사들과 국회 법사위 의원들간의 술자리에서 당했던 치욕을 과감히 폭로했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궁금한 대목입니다. ‘고관대작’을 모셨다면 패악질이 좀 있더라도 꾹 참아야 하는 게 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의 생리이자 본능입니다.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할 지 압니까? 이렇다 보니, 우리가 모르는 숨은 사연은 없는지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물론 세상이 좋아진 탓입니다. 의심할 수 없는 선의의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독재정권 시대의 양심선언보다 훌륭하다고 말하면 폭소클럽 개그가 될까요? 처음과는 달리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받긴 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진실을 뒤엎지 마시라 격려하고 싶습니다. 마담에게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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