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아무렇게나 넘긴 헝클어진 백발의 곱슬머리, 부리부리한 눈빛을 지닌 천재 작곡가 베토벤. 180여년이 지난 서울에 독일인 베토벤이 환생했나? 10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수에 찬 눈빛으로 이화여대 정문 앞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중년의 아저씨가 베토벤으로 불리고 있다. 언제나 검은색 계열의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그는 이 지역에서 ‘베토벤 아저씨’로 불리며, 이 대학 명물로 통한다. 그를 모르는 몇몇 새내기들은 단정한 그의 모습에 교수인 줄 착각하고 깍듯하게 인사도 하고, 수위 아저씨 역시 그를 교수로 알고 정문을 통과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라는 노랫말처럼 그는 베일에 싸여 있다. 호기심 많은 몇몇 학생이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는 침묵했다. 이대 앞을 서성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청년시절 이대생과 사랑을 나눴으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고, 시간이 흐른 뒤 이대 정문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첫사랑은 나오지 않았고, 그 뒤 매일같이 이곳에서 첫사랑을 기다리고 있다”는 낭만적 추측(?)만 떠돌 뿐이다.
“‘베토벤 아저씨’가 이대 앞에 나타난 게 아마 10년은 됐을 거예요. 장마철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그 자리에 있었죠. 졸업 뒤엔 못 봐 무척 아쉬워요.”(skoopy) “졸업한 지 3년이 지났는데, 베토벤 아저씨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designadk) 이화여대 커뮤니티인 이화이언(www.ewhaian.com) 자유게시판이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는 ‘베토벤 아저씨’에 대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최근 ‘베토벤 아저씨’는 출몰 지역(?)을 넓혔다. 이대뿐 아니라 종종 서울대 등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서울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중앙도서관 근처에서 독특한 회색 머리카락의 중년 남성을 발견했는데 분명 ‘베토벤 아저씨’였다”고 증언했고 광화문 씨티뱅크 앞, 테크노마트, 인천공항과 강남역에서 봤다는 글도 올라왔다. 또 다음카페 ‘엽기 혹은 진실’(cafe.daum.net/truepicture)에도 베토벤 아저씨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요맘떼중독증’은 “이대부고 다닐 때 매일 뵙던 분인데 요즘은 뵐 수가 없네요. 아저씨, 첫사랑은 만나셨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안부글을 남기기도 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속에서 그는 ‘이대 명물’에서 어느덧 누리꾼들에게 전설 속의 ‘순애보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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