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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넌센스] 미국에선 허리케인도 인종 차별?

등록 2005-09-0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노무현을 에드워드 9세라 부르자. 노무현 대통령은 ‘영국 왕실의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았음이 틀림없다. 확인되지 않은 외신에 따르면, 노무현의 ‘역할 모델’은 에드워드 8세로 밝혀졌다. 20세기 초 에드워드 8세는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영국 국왕직을 내던졌다. 노무현은 철 지난 유행을 열정적으로 따르고 있다. 노무현의 열정은 에드워드 8세의 일편단심을 뺨친다. 노무현의 연정은 박근혜에게 바쳐졌다. 노무현의 구애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처음에는 “권력을 반 이상 내놓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구애의 강도를 높였다. 마침내는 “임기 단축를 하겠다”고 막무가내로 칭얼거린다. 노무현의 연정론(聯政論)은 알고 보면 박근혜를 향한 ‘연정론’(戀情論)이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백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나 보다. 그의 끈질긴 프러포즈는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과 둘만의 만남을 수락한 것이다. 이번이 둘만의 만남으로는 첫 번째다. 에드워드 9세, 얼마나 설레겠는가? 과연 당대의 연정론은 희대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로 이어질까? 에드워드 9세, 너무 외로워 마시라. 에드워드 8세도 당시에는 외로웠다. 국왕직을 내던질 당시 그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에드워드 9세, 오늘날 당신도 외롭다. 당신의 로맨스도 세월이 지나면, 에드워드 8세의 로맨스처럼 아름다운 전설이 될 거라고? 글쎄다.

카트리나를 ‘KKK’로 부르자.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인종차별주의자임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흑인들만 골라서 잡아먹을 리 있는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숨진 사람의 절대 다수가 흑인이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의 풍경을 보았는가? 고가도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도,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힘겹게 헤쳐가는 사람도, 식량을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온통 흑인들이다. 백인들에게 허리케인은 예고된 재앙이었지만, 흑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백인들은 허리케인을 피해 재빨리 대피했지만, 흑인들은 시내를 떠나지 못했다. 달리기는 흑인들이 더 잘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자동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망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 하필 뉴올리언스에서 집중 침수된 지역도 흑인 밀집 지역이란다. 하필이 아니라 필연이다. 재앙도 인종을 차별해 덮친다. 카트리나의 이름을 KKK로 고쳐 부르자.

‘늑대 소년’의 한마디가 수백명을 죽였다. “군중 속에 자살폭탄자가 있다!” 이라크 늑대 소년의 단 한마디의 외침이었다. 늑대 소년의 한마디의 말에 100만명의 시아파 성지 순례객들이 한꺼번에 도망치려 했다. 물론 아비규환. 누군가는 깔려죽고, 누군가는 밟혀죽었다. 800여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번에는 힘없는 아이들과 노약자가 주로 숨졌다고 한다. 재앙은 나이도 차별한다. 모두 겁을 먹었지만, 결국 자살폭탄 테러는 없었다. 하지만 늑대 소년의 거짓말이 참말로 들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참사가 일어나기 2시간 전쯤 참사 현장 주변에서 박격포 공격이 벌어져 7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늑대 소년의 말을 믿을 만한 상황이었다. 제발 빨리 이라크에도 늑대 소년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 평화의 나날이 오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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