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자다. 그는 “1997년 대선 후보를 조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력이 있고, 심지어 ‘권력을 통째 내놓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권력도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는 29%. 말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그는 8월25일 한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책임 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29%의 지지도를 갖고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게 과연 맞는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지도가 29%일지 모르지만, 그는 두번이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냈고, 지난해 탄핵 국면에는 광화문 네거리로 촛불 바다를 몰고 왔다. ‘큰집’ 대통령 부시맨은 비슷한 지지도를 가지고 전쟁터로 젊은이들을 내보내고, 텍사스 목장으로 휴가도 가는데, 우리 대통령은 매양 “못해먹겠다” 타령이다. 답답하시면 인왕산 정상에 올라 “아호”를 부르시라. 퉁퉁 불은 ‘짬뽕’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안 웃긴 얘기 리바이벌하는 당신의 뒷모습이다.
“이런, 봉이 김선달을 봤나!” 청계천 물값을 놓고 수자원공사와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던 서울시가 결국 “법대로”를 외치고 나왔다. 사실상 인공 수로인 청계천에 높이 30~40cm의 물을 흘려 보내려면 모터 돌려 하루 469만원, 1년에 17억1445만원어치 물을 한강 자양취수장에서 끌어와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어디 장사 한두번 해보는가. 서울시는 불리하면 중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치사하게 그깟 물 가지고 싸움이냐 싶지만, 논란은 그리 간단치 않다. 관련 법에는 “공익상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물값을 안 내도 된다”고 적혀 있다. 청계천에 30㎝ 높이로 물을 흘리는 것은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인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사익’인가. 세상살이가 두부모 자르듯 쉽게 잘리는 것도 아니고, 거기까지 하시고 적당히 쌈박질 끝내시라.
결국 그들은 미끼를 물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떡값 검사’로 지목한 7명의 전직 검사 가운데 2명이 노 의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냈다. 그들이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지만, 바보인 것 하나만은 틀림없다. 그들은 이미 ‘스타’가 된 노 의원을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삶은 얼마나 지루하고 지엽 말단적인가. 노 의원의 죄를 물으려면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의 발언과 표결에 적용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보도자료에도 해당되는지를 놓고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무의미한 법적 공방 속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오로지 정치인 노회찬이다. “돈을 안 받았으니, 안 받았다고 생각해, 안 받았다고 소송을 냈을 뿐인데, 저보고 바보라 하시면 어쩌냐”는 변명은 하지도 마시라. 정치는 50년 묵은 삼겹살 불판만큼 지저분하지도 않겠지만, 어여쁜 금자씨만큼 친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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