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가을이면 하늘이 많이 달라진다(Sky is different). 17년 전 88올림픽 때 몰려온 외국 사람들이 놀랐다는 게 하늘이다(놀랄 게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보름 동안 비 한 방울 뿌리지 않았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 서울 하늘에 날려보낸 비둘기는 이후 서울 땅의 부랑아가 되었다. 갑자기 늘어 먹을 것이 없어 중금속에 중독된 비둘기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그사이 가을은 계절의 부랑아가 되었다. 아주 짧은 기간 청명한 가을이 머문다. 가을 하늘의 청명함은 안정되고 깨끗한 대기로부터 온다. 여름에 붐비던 수증기들도 가을이 되면 적어진다. 수증기와 먼지 등의 입자가 없어지고 나면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것은 질소나 산소 등의 작은 입자들. 이 입자들은 자외선쪽에 가까운 빛을 흩트리는데 이 빛이 파란색이다. 말하자면 공기 중에 깨끗한 것만 가득할수록 하늘은 높고 파래진다. 하늘뿐이 아니다. 뿌옇게 보이던 만리동 고갯길도 너머가 보일 정도로 뚫린다. 도로도 그렇게 뚫리면 좋겠지만 가을은 관광버스의 계절. 파란 하늘과 어울린 단풍을 보러 아줌마와 할머니들이 바람이 난다. 하늘 믿고 나들이도 많아지니 영화제도 몰려 있다. 광주국제영화제(8월26일~9월4일), 서울영화제(Senef, 9월1일~9월8일),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8월29일~9월4일), 대만뉴웨이브영화제(8월24일~9월6일). 건조한 날씨에 피부는 까슬해지고 닭살이 돋아나 문득 쓸쓸해지니 시도 좋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서시’, 윤동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귀천’, 천상병)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푸른 하늘에’, 김수영) “새 한 마리만 그려 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화선지’, 이외수) 그래서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푸르른 날’,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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