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그래도 수류탄이 아니었다니 천만다행이다. 해군은 병사들이 먹는 보리차와 음식에 제초제를 뿌린 ‘독극물 제초제 사건’의 범인이 그 부대 소속 이아무개(20) 이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이병은 “이렇게 하면 고참들 골탕을 먹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 같은 부대의 조아무개 이병. 그는 이 이병이 제초제를 넣기 20분 전에 보리차를 마시고도 제초제가 든 물을 마신 것처럼 거짓말을 꾸며내 두달 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때맞춰 국방부는 대책을 내놨는데, 그 또한 헛발질이다. 앞으로 독극물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 말이라도 멋지게 “폭력적인 군 문화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을까. 처음에는 수류탄, 두 번째는 독극물. 병사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는데, 다음 사고 이후에는 또 무엇을 관리하는 데 만전을 다하시려나.
그 선생의 문제는 골때렸다. 지난해 2학기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시험에서 강사 이아무개씨는 “‘조선 찌라시’라는 국가에서 ‘빨간 색깔’이라는 재화가 생산되는데, 국책연구소 ‘월간조선 찌라시 뺑끼칠’에서 진보된 기술이 개발됐다”며 “이 경우 시장 균형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하라”는 문제를 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 밖에도 ‘맹바기 나라’ ‘서울 봉헌’ ‘발끈해 공주’ ‘딴나라’ ‘창’(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을 조롱해 이들의 비위를 긁었다. 이 강사는 잘못한 게 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정적으로 그는 안 웃겼다. ‘개그’나 ‘풍자’가 성립되려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하면서도, 당하는 사람이 섣불리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뒷마무리까지 깔끔해야 한다. ‘개그’에 도달하지 못한 문장은 그 개그가 의도했던 목적과 관계없이 모두 죄악이다. 이 강사의 분발을 촉구한다!
8월13일치 신문은 오랜만에 받아보는 ‘종합선물세트’같이 푸짐했다. 왕년에 한건 했던 ‘어르신’들의 이름을 한 지면에서 확인하는 것은 최신 개봉작 ‘삼성 X파일’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빼먹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이러고도 60년 동안 나라가 안 망했으니, 대한민국 사람들 정말 위대하다.
그들의 이름은 과연 화려했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 이상수 전 의원, 김영일·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 서정우 변호사, 삼성에서 지방선거 자금을 받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뇌물 받아 집안 망신시킨 백범의 장손자 김진 전 주택공사 사장,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 홍업·홍걸씨,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의 주인공 진형구 전 검사 등. 지면 압박 때문에 이쯤에서 줄인다. 국민 대화합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422만명을 특별 사면하자는데, 누가 말리겠나. 그래도 너무 슬퍼하진 마시라. 우리의 소통령 ‘현철’씨는 명단에서 빠졌단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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