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정의구현 사전] 게릴라성 폭우

등록 2005-08-11 00:00 수정 2020-05-02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폭우. 엉겁결에 비를 맞긴 마찬가지지만 게릴라성 폭우와 국지성 집중호우는 일기예보에서 구별하여 쓰인다. 국지성 집중호우가 한 지점에 쏟아지는 데 비해 게릴라는 이름 그대로 여러 지점을 옮겨 다닌다. 즉 국지성 집중호우가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신출귀몰하면 게릴라성 폭우가 된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하루 강수량이 연 강수량의 10%를 넘는다. 지난 8월2일에 게릴라가 덮친 곳은 전북·경북·강원 지역이었다. 전북 지역은 63년 만의 대폭우로 9명 사망, 1명 실종, 이재민 988명이 발생했다. 전북 부안군의 줄포 지역은 1년 강우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55mm를 뿌렸다. ‘게릴라성 집중폭우’였던 셈이다. 게릴라성 폭우는 비 온 뒤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니 더 얄밉다. 그리고 지역차가 커서 더 억울한 느낌이 든다. 전북·충남에 비가 쏟아지는 동안 다른 지역에는 잔잔한 비가 내렸다. 게릴라가 신출귀몰하는 동남아 지역처럼 게릴라성 폭우의 등장은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에 들어섰다는 ‘예보’ 아니냐는 ‘체험성’ 전망이 많다. 실제로 1일 최고강수량과 한달 최고강수량은 몇년 사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1년 강수량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기상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료를 들어 반박한다. 기상청의 ‘자료성’ 예보가 일반인의 원성을 듣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예보하건대 내일모레 일도 아니다. 게릴라성 폭우는 예보가 (거의가 아니라 완전히) 불가능하다.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뿜기 1~2시간 전의 구름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기상청은 전국에 ‘게릴라성 폭우’가 8월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하느니만 못한 일기예보를 한다. 하늘의 게릴라를 예보할 수 없는 것은 TV에 뜨는 게릴라를 단속할 수 없는 일과 비슷하다.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