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정부가 다음 해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쓸 돈(세출 예산안)만큼 거둬들이는 세금 규모(세입 예산안)를 확정해 국회(결국 국민)에 손을 벌리는 때는 9월쯤이다.
개인도 그렇지만, 나라 살림 또한 애초 요량했던 것과 실제 씀씀이는 다르기 마련. 국회예산정책처가 8월2일 내놓은 ‘2004년 세입·세출 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정부는 근로소득세로 9조8196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초 목표액 8조2567억원의 18.9%를 초과징수한 것이어서, ‘역시 근로자는 봉’이란 한탄을 낳기에 이르렀다. 자영업자와 법인에 주로 부과되는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목표액보다 각각 12.1%, 7.1% 적었다.
노동자(근로자)들로선 울화통이 터질 일로 여겨질 법한데, 사실 속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렇게 핏대를 세울 일만은 아니다. 근로소득세율은 4단계 과표구간(1천만원 이하~8천만원 초과)별 9~36%(올해 소득분부터는 8~35%)의 누진 구조로 돼 있다. 이런 세율 구조에선 소득 증가 폭보다 세액 증가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나타내는 게 탄성치라는 것인데, 우리나라 근로소득세의 탄성치는 약 2라고 한다. 근로소득이 평균적으로 10% 늘면, 세금은 20% 가량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때 고소득층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높아짐은 물론이다.
연봉 기준으로 3천만원이면 대략 ‘과표 1천만원 이하’ 구간에 든다는 사정을 감안할 때 중간 아래 소득계층의 세금은 크게 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복잡한 수치를 들이댈 것도 없이 근로소득 계층 안에서도 양극화가 깊어졌다는 사정에서 이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유리지갑’ 근로소득자들이 눈을 흘겨야 할 대상은 초과징수 비율 18.9%가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양극화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답답한 세무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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