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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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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광복 60돌 음악회도 단일화 실패?

등록 2005-08-02 15:00 수정 2020-05-02 19:24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그는 자기 칼로 배를 찔렀다. 안전기획부 미림팀장 공운영(58)씨. 삼성 ‘X파일’의 제작 실무를 책임졌던 그는 자술서에서 “내 한 목숨 지키려고 나라를 망칠 수는 없다”고 적었다고 한다. 공씨의 우국충정을 폄하할 마음은 없지만, 실소를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보다 먼저 일을 저질렀던 다른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소통령’ 김현철씨와 ‘북풍’ 사건의 주인공 권영해 전 안기부장. 이들은 칼(권영해)과 송곳(김현철) 등으로 자신들의 배를 세번씩 찌르는 조폭급 자해공갈을 선보여 큰 히트를 쳤다. 현철씨의 경우 상처가 너무 작아 의사 앞에서 쑥스러워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는 옥중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밥을 굶으면 학~실히 죽는다”는 부친의 가르침에 따라 네끼쯤에서 순순히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싸울 때 대가리로 맥주병 깨는 놈은 떠받들어주지 말고 택시비 2만원 줘서 집으로 보내는 게 상책이다. ‘쑈’는 우리의 호프 동춘 서커스단 하나로 충분하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수준 낮은 차력 쑈는 제발 그만!

그는 아내를 토막쳐 죽였다. 영국인 폴 달튼(35). 그의 손에 희생된 한국인 아내의 주검은 9토막으로 잘린 채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영국 검찰은 그가 “고의적인 살인을 했다”며 ‘1급 살인’으로 기소했지만, 배심원들은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2급 살인’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흥분한 상태에서 아내를 한대 때렸는데 숨졌다는 것이다. 흥분한 상태에서 아내를 때리고 실수로 그의 주검을 토막내고, 우연히 일본으로 도망쳤다가 경찰에 잡혔다는 뜻인가. 그렇게 치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흥분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납치하고, 세계무역센터(WTC)로 날아가 심심해서 빌딩에 부딪친 우리의 테러범들은 어떻게 되는가. 영국 ‘푸들’이 무식한 미국 부시맨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확실히 맛이 간 모양이다. 흥분한 상태에서 맛이 간 푸들을 발로 걷어찬 뒤, 가까운 보신탕집으로 끌고 가 사체를 처리했다면, 1급 살견인가, 2급 살견인가?

해방 6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은 두 마음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8·15 광복 60주년 기념 야외음악회’를 같은 시간대에 따로따로 열기로 했다고 자랑스레 밝혔다. 정부가 여는 행사는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숭례문 광장에서, 서울시가 여는 행사는 30분 뒤인 7시30분부터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두 광장의 거리는 600m. 행자부 관계자는 “음향 기술 문의를 한 결과 스피커 방향을 조정하면 음향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보! 서울시 관계자에게 물으니 “양쪽 모두 ‘우리쪽 행사에 너희가 합치라’고 다투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방 정국에 좌우 대립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짓거린지 해외 토픽에 나오지 않을까 남세스럽다. 시사 문제에 논평하기 좋아하는 우리 동네 세탁소 박(47)씨 아저씨는 오히려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 좋겠다”는 반응이다. 윤도현의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은 남대문으로, 정명훈의 지휘를 보고 싶은 사람은 서울광장으로 가면 된다. 정부도 서울시도 일 열심히 하는 것은 알겠는데, 제발이지 양보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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