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동사 ‘지르다’와 ‘신’(神)이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 ‘지름신이 강림하셨다’는 ‘질렀다’와 통한다. 구매별 유형은 ‘충동구매’, 구매수단은 현금보다는 카드, 주 구매대상은 프라모델, 게임팩, 전자제품 등이었지만 현재는 권세가 넓어져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면, 쇼핑몰, 백화점, 마트,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어디든 창궐한다. 이 신이 강림하게 되면 ‘싸다’ ‘유용하다’ ‘딱이다’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들리게 되고 별로 싸지도, 유용하지도, 필요하지도,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사게 된다. “질러라. 그럼 얻을 것이다” “왔노라, 보았노나, 질렀노라” “오늘 지름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인생은 지름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비극이며, 지르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 “지르다 말면 아낌만 못하다”라는 아포리즘을 신봉하고 “우리 주 지름신님을 믿사오니 이는 뽐뿌로 잉태하사 각종 쇼핑몰에서 나시고 카드 회사에 고난을 받으사 가위에 잘려 죽으시고 연체된 지 며칠 만에 신용불량자 가운데서 다시 구제되시고 인터넷으로 떠나사 저리로서 결제와 배송을 주관하러 오시리라… 아멘”이라는 지름 신경을 외며 “지름 외에는 다른 지출은 생각하지 말라”를 제1계명으로 하는 지름 십계명을 지킨다.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는 시기가 지름신의 기가 가장 약해지는 때로 대상 물건을 옥션 등에 내놓아 불경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지름신은 파산신을 낳고 파산신은 신불신을 낳는 것이 소비신화의 가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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