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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전] 갈비[galbi] 명사

등록 2005-05-25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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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곽을 구성하는 뼈로 심장, 허파 등을 보호한다. 한쪽 끝은 척추에 가 닿고 다른쪽 끝이 가슴을 감싸안고 있다. 좌우 12쌍이며 일곱 번째 갈빗대까지는 길어지다가 여덟 번째부터는 다시 짧아진다. 갈빗대는 인간 존재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맞먹는다. “주 하나님이 남자에게서 뽑아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남자에게로 데리고 오셨다. 그때에 그 남자가 말하였다. ‘이제야 나타났구나, 이 사람! 뼈도 나의 뼈, 살도 나의 살, 남자(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여자(지어미)라고 부를 것이다.’”(창세기 2장 22절, 23절) 왼쪽 갈빗대냐 오른쪽 갈빗대냐는 논쟁에서는 하나님이 오른손잡이여서일까, 왼쪽이라는 것이 조금 우세다. 하나님의 신기묘묘함이 남긴 오해는 엄청났다. 첫 번째, 남자란 자고로 갈비뼈가 하나 부족하다는 해부학적 오해. 남자와 여자는 똑같이 좌우 12쌍의 갈비뼈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성경 구절은 투투 <1과 1/2> 노래 가사처럼 비유일 뿐일까? “하나일 때보단 외롭고 허전해. 니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 그래서 넌 둘이 될 수 있었던 거야.” 두 번째, 비유를 확대해석하면서 지어미가 겪을 고난이 잉태된 오해. 하나님은 하필이면 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갈빗대로, 허리를 잘록하게 하기 위해서 깎아버리기도 한다는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셨을꼬. 신묘함을 보이기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오버는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짧았다. 더불어 ‘갈비 그 자체’인 여자에게 갈비뼈 보이도록 살을 깎아내리는 흉흉함은 그 존재의 본질에 이르는 노력으로 오해되었다.

갈비 중에 먹자니 먹을 것 없고 안 먹자니 아까운 닭갈비(계륵)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갈비는 고기 부위 중 최고로 쳐준다. 갈비로야 다를 게 없지만 리브(rib)는 통째로 요리하고 갈비는 조각조각 낸 뒤에 요리한다. 갈비뼈가 맛있는 것은 그 고난에 있음에랴. 손으로 양쪽을 잡고 목표지점을 이로 물어뜯어 이가 뽑히나 뼈에서 살이 발라지나의 사투 끝에 고깃덩어리가 떨어지면서 배어나오는 한점 피는 절정이다. 이 갈비 중에도 이동에서 나는 이동갈비를 최고로 쳤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갈비를 뜯어야 하듯, 갈비 없으면 삼겹살로라도 갈비를 만들어야 했다. 제조법의 기준점도 정해졌으니 ‘살 없는 뼈에 일반 고기 붙이면 갈비 아님, 갈빗살 조금이라도 붙었으면 갈비임.’ 공장에서 이동갈비 나고, 병원에서 갈비씨 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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