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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이꺼’ 사버릴까요?

등록 2005-05-17 00:00 수정 2020-05-02 04:24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토토로는 알아도 우토로는 잘 모릅니다. 저도 사실 우토로를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그것도 <한겨레21>을 보고서 말입니다. 2주 전 ‘이주의 공간’이라는 난에 조그맣게 실린 적이 있습니다. 신문에서도 얼핏 봤는데 그냥 스쳐지나간 듯합니다. 알고 보니 그 전에도 우토로와 관련된 국내 시민단체의 메일링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단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지만, 스팸메일 대하듯 눈여겨보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다가 ‘우토로 조선인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달린 2주 전의 <한겨레21> 기사를 곱씹어 읽으며 웬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제가 갈 순 없고, 후배 기자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우토로’를 치면 우수수 쏟아집니다. 1998년에는 ‘우토로 사람들’이라는 책까지 나왔습니다. 시사월간지의 대형 기획물이나 공중파 방송의 다큐멘터리로 다뤄진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소합니다. 최근 퇴거 위기에 놓인 우토로 현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토로를 살리기 위한 국제대책회의’가 결성됐습니다. 게다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의 일본인 대표 등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희미하나마 관심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냄비 근성을 반성합니다.

사실 일본 출장은 급하게 실행됐습니다. 계획이 세워지자마자 이틀 만에 떠났습니다. “갈 바에는 하루라도 일찍 가자”는 결정이었습니다. 짧은 취재기간이었음에도 남종영 기자와 류우종 기자는 어려운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국내외 언론을 막론하고 처음으로 기자와 만났다는 우토로 땅주인 이노우에 마사미는 “시가 15억엔인 우토로 땅을, 한국 정부에게라면 5억5천만엔에 팔겠다”고 말합니다. “얼씨구나, 빨리 사자”고 부추길 일은 아닙니다. 한국인 3세라지만, 그는 매매차익으로 먹고사는 부동산 업자입니다. ‘야쿠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불안합니다. 결정적으로 우토로 땅의 전 소유주인 서일본식산과의 소유권 분쟁이 남아 있습니다. 1심에서는 이겼지만, 2·3심에는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얘기도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시민단체들이 나설 경우 재일동포지원사업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답니다. 5억5천만엔, 한국 돈으로 치면 약 55억원. 한국 시민들이 확 사버릴까요?

5년 전 <한겨레21>이 벌였던 베트남 캠페인이 떠오릅니다. 베트남전 피해자들을 돕자며 1년간이나 진행된 그 모금운동 말입니다. 초기엔 관련 시민단체도 없어 <한겨레21>이 직접 은행계좌를 열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와 달리 우토로 사안에는 ‘지구촌동포청년연대’라는 듬직한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더구나 베트남전처럼 이데올로기적으로 민감하지도 않습니다. 일제에 강제 징용당한 이들의 문제이니, 민족적 울분에 가득찬 우익계 인사들과의 합작(?)도 가능합니다. 독도만 우리 땅이 아닙니다. 우토로도 우리 땅으로! ‘그까이꺼’ 돈 모을까요?

* 추신: 다음주에 지면혁신호를 선보입니다(5월23일 발행). 원래 이번주에 예정됐으나 ‘한겨레 제2창간일’과 중복돼 한주 미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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