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인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sophia@hani.co.kr
‘떨녀’가 커밍아웃했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X맨처럼. 인터넷은 와글와글이다.
‘떨녀’. 지난달 초부터 인터넷에서 온몸을 부르르 떠는 춤으로 유명해진 여인. 경희대학교 무용학과 3학년 이보람(23)씨였다. 이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로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양해를 얻어 게스트 자격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이씨 말대로라면, 춤추고 싶어서 흔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셈이다.
‘떨녀’는 짝퉁이다. 2003년 ‘딸녀’가 원조였다. 당시 유명했던 ‘딸녀’는 딸기밭에서 두 손에 딸기를 들고 에로영화에나 나올 법한 야릇한 표정을 지어 인기를 끌었다.
‘떨녀’와 ‘딸녀’는 외모가 연예인을 연상시키고 화끈한 ‘몸연기’를 펼친 점에서 닮았다. 또 인터넷과 언론이 만들어낸 ‘버추얼 스타’였다. 하지만 ‘딸녀’가 한수 위인 이유가 있다. ‘딸녀’는 대학로가 아닌 딸기밭에서, 요란한 춤이 아닌 섹시한 표정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나의 꿈은 연예인도 아니고 모델도 아니다.” ‘떨녀’가 모습을 드러내며 강조한 말이다. “연예기획사의 계획된 프로모션” “연예인 지망생의 자가발전” 등 분분했던 소문에 대한 해명이다. 이씨는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더 이상의 추측기사와 오보가 난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 말이 미덥지 못한가 보다. “몇달 안에 연예계에 데뷔할 겁니다. 기획사의 전략이 승리한 것 같네요”라는 반응이 홍수를 이룬다. 어떤 누리꾼은 언론에 혀를 찬다. “언론은 이걸 왜 이렇게 크게 이슈화하나요? 그저 얼굴 예쁘고 몸매만 좋으면….”
누리꾼들은 2002년 월드컵 때 ‘미나’를 떠올렸다. 한 얼굴, 한 몸매 했던 ‘보통사람’ 미나는 경기장에서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런데 ‘보통사람’이었던 미나가 월드컵이 끝나자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고 가수로도 활동했던 것. ‘떨녀’는 사람들한테, ‘미나’에게서 받았던 배신감을 떠올리게 한 모양이다.
몇해 전 ‘선영아 사랑해’라고 적힌 벽보가 거리 곳곳에 붙었던 적이 있다. 나중에 기업체 광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때는 처음이라 신선한 맛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는 것마저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못견뎌하는 것 같다.
이씨는 별다른 의도가 없는데 유탄을 맞은 것일 수도 있다. “홍대 클럽에 가서 친구들과 춤을 추는 것과 대학로에서 추는 것은 비슷해요. 대학로에 모인 사람들은 (관객이라기보다는) 같이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아닌가요?” ‘떨녀’ 이씨의 똑똑한 문제의식이 변질되지 않기를 누리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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