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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명바기’ 에게 웃을 자유를!

등록 2005-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font color="#C12D84" size="4">그것은 ‘알박기’였던 것일까? </font>알 수 없다. 흔치 않은 두 재벌가의 ‘쌈박질’로 전국민의 관심을 한데 모은 삼성가와 농심가의 타이틀매치가 삼성가의 기권승으로 막을 내렸다. 두~둥! 청코너, 자산 107조6200억원, 계열사 62개, 대한민국 챔피언 이건희! 이에 맞서는 홍코너, 자산 2조5400억원, 계열사 12개, 동급 랭킹 50위 신춘호! 시작부터 다소 후달려 보이던 농심가가 결국 삼성가쪽에 주택 일부를 팔기로 하고 모든 소송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 회장댁 공사 때문에 “소음·주택파손은 물론 조망권끼지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파이팅 넘치는 공격을 펼치던 농심가를 쓰러뜨린 삼성가의 ‘러키 히트’는 뭐였을까. 아무튼 양쪽 모두 만족하는 선에서 문제가 ‘아름답게’ 해결됐다고 한다. 물론, 지나친 알박기는 몸에 해롭다.

<font color="#C12D84" size="4">조영남 <산케이>에 당했다? </font>지난주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울했던 사람은 ‘신사 참배’와 ‘일본 한수 위’ 논란에 휩싸여 13년 동안 이끌어온 <체험 삶의 현장>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난 조영남(61)씨였다. “당했다”는 조씨의 해명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이 신문은 며칠 뒤 “조씨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만 했다”는 정정기사를 실었다. 진위가 어찌됐든 <화개장터> 이후 별다른 히트곡이 없었던 조영남. ‘한큐’에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그나저나, ‘영사마’를 ‘욘사마’로 잘못 알아들은 몇몇을 빼고 일본은 이번에도 조용한 분위기라고 한다. 사태를 ‘깔쌈하게’ 정리하는 한 일본 네티즌.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산케이 기사는 안 믿으면서 왜 이 기사는 믿는가!” 헉! 그… 그랬던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젖소와 암소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답은 ‘졌소’.

<font color="#C12D84" size="4">서울시가 애가 타기는 했던 모양이다.</font> 이명박 서울시장이 광주 5·18묘지를 참배하고 나오면서 ‘파안대소’하고 있는 사진이 광주 지역 일간지에 ‘딱’ 걸렸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곳 유영봉안소가 내 이름과 같다”는 유영 서울 강서구청장의 ‘쌍팔년도’ 조크를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청계천과 뉴타운을 넘어 버스체계 개편까지 우리를 한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서울시. 진정한 스타는 위기의 순간에 빛난다고 하지 않던가. 웃음 많기로 소문난 시장을 위해 아껴뒀던 서울시의 비급이 총출동하기 시작했다. ‘유 구청장의 개그는 봉안소 문턱을 넘어서며 시작됐다’(그래서 시장은 봉안소 안에서 웃은 게 아니다!)를 시작으로, ‘같이 배꼽 잡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무표정한 점이 석연치 않다’를 지나, ‘입을 열고 목을 젖혀 알레르기성 코막힘을 푸는 습관을 웃음으로 오해한 것 같다’로 마무리되는 서울시의 ‘개콘’급 자살골 퍼레이드에 전국민이 ‘파안대소’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했던가! 진정한 개그계의 ‘고수’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게 도리일 터. ‘명바기’에게 실소(失笑)할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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