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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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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프랑스닭의 ‘과거사’ 를 규명하라

등록 2005-04-19 00:00 수정 2020-05-02 04:24

▣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한겨레21>이 이번에는 희대의 ‘낙종’을 했다. 김형욱은 파리에서 닭모이 분쇄기에 갈렸다! 지난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한국의 유명 여배우를 만나기 위해 홀로 파리에 갔다가 중앙정보부가 키운 특수 비선 공작원 이아무개씨와 곽아무개씨에게 변을 당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에서 특별 훈련을 받았다는 곽씨.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경쟁지의 특종에 화들짝 놀란 것은 <한겨레21>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프랑스 양계업자들도 식겁하게 놀랐다. “그동안 우리가 먹은 것이 식인 닭이었단 말인가?” 프랑스산 닭고기 수입 잠정 중단을 주요 의제로 놓고 유럽 각국의 치킨집 사장들이 피레네 산맥을 도보로 넘어, 영국령 지브롤터 해협 근처 비밀기지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퀭한 눈으로 이들의 결정에 목을 매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 그래도 바쁜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프랑스 축산업자들의 누명까지 벗겨야 하는 짐을 떠안았다. 힘내라 진실위!

일본, 떨고 있니? 확실히 떨고 있는 모양이다. 독도 문제와 개악된 역사 교과서로 동아시아를 들쑤시고 있는 일본 극우가 중국의 대규모 반일 시위에 사분오열하고 있다. 거기에 유럽 각국에서 “일본 왜 저러나”는 웅성거림이 커져가자, 서양 코쟁이들의 ‘뒷담화’에 유달리 귀 얇은 일본 사회가 “우리 넘 심했던 거 아냐”라며 움찔하는 분위기다. 이때 터져나온 일본 극우의 일성! “쫄지 마라, 우리 뒤엔 부시 형님이 계시다!”
미국 없이는 ‘재채기’도 제대로 못하는 일본 극우들. 이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그 이름 지만원! 지씨는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항의 집회에 참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짜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심오한 깊이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지씨의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제발 지씨를 무시해달라”고 언론사에 전화하기 바빴다. 그러나 강호 최절정 고수의 비급에 침묵할 순 없는 일. 인간 지만원, 아무리 생각해도 액면가가 너무 높다. 삼손의 머리에 ‘바리깡’ 대는 기분으로 바꿔 불러보자. 지천원, 지백원, 아니 지빵원!

4월13일 저녁 일본에서 ‘너구리’ 장명부(54)씨가 숨졌다. 장명부가 누군가! 일본 통산 91승 84패 9세이브, 방어율 3.68. 한국에 진출한 첫해인 1983년 기록 30승 16패 6세이브, 방어율 2.34(2위). 능글능글, 히죽히죽거리는 웃음으로 걸음마단계에 머물던 한국 야구판을 벌집으로 만들었던 그가 일본 와카야마현에 있는 한 도박장에서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30번의 승리 가운데 완투승 26번. 데뷔 첫해 그가 이룬 기록은 추앙되기보다는 한국 야구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기억으로 야구사에 기록돼 있다.
장씨는 이때 무리한 투구로 어깨가 상한 탓인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다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1996년 신생팀 빙그레로 옮겨 한 시즌을 더 뛰다가, 1991년 마약복용 혐의로 한국 야구판을 떠나야 했다. 그가 ‘삼미슈퍼스타즈’가 아닌 ‘OB베어스’나 ‘삼성라이온즈’의 선수였어도, 그의 말로가 그렇게 비참했을까? 장명부가 숨을 거둔 다음날 돌아온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투심 패스트볼’과 절묘한 각도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생애 통산 95승째를 신고했다. 잘 가라 장명부, 잘했다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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