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겨레21>이 희대의 특종을 했다. 교황은 모세였다! 바오로 2세가 아니었다! 특종의 주인공은 <한겨레21>의 ‘컨추리 새끈남’ 류이근 기자. 그는 교황이 자신의 동네 길을 뚫어주었다고 증언했다. 류 기자의 독점 제보에 따르면, 그의 고향인 전북 완주는 포장도로 없는 척박한 동네였으나 1984년 교황이 완주의 가톨릭 성지인 천호성지를 방문하면서 포장도로가 뚫렸다. 이 소식을 들은 <한겨레21> 기자 일동은 무릎을 치며 님의 뜻을 헤아렸다. 지구를 26바퀴 도는 강행군, 117개국을 방문하는 열정에는 자비와 긍휼을 온몸으로 실천하려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 독재자들이 교황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길을 뚫었겠는가? 아시아에서,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서, 교황이 가는 곳마다 새 길이 열렸다. 애석하다. 교황이 평양을 방문했다면, 평양에서 서울로 왔더라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통하는 길도 뚫렸을 것을!
한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선행’이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3월30일 74억원, 4월6일 11억원.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려 85억원을 국고에 낸 대통령이 있다. 한때 ‘물태우’라 조롱당했던 사나이. 이제는 ‘물러터진 태우’에서 ‘물 좋은 태우’로 재평가받고 있다. 그는 74억원의 비자금을 적발당하자 내 돈 맞다고 선선히 시인했다. 오죽하면 검찰이 따로 불러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고 했겠는가? 그의 선행은 이토록 자발적이었다. 부인 명의로 된 11억원도 내 돈 아니라고 박박 우기지 않았다. 추징금 납부율 80.25%. 2628억원 가운데 2190억원을 이미 추징당했다. 나머지도 올봄이 가기 전에 자진 납세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의 선행은 사뭇 그의 친구의 비행과 비교된다. ‘대머리는 짜다’는 어이없는 속설을 어이없게 증명한 사나이. ‘배째라’ 하나로 버텨온 사나이. 재산이 29만원뿐인 사나이. 130억원을 추징당하자 내 알토란 같은 돈이라고 울부짖는 부창부수의 아내까지 둔 사나이.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532억원밖에 내지 않은 사나이. 그의 친구는 심금을 울리지만, 그를 보면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울어!
축구선수 박지성을 ‘도우미’로 전업시켜야 한다. 30일 우즈베키스탄전 선제골 도움주기, 6일 챔피언스리그 8강 리옹전 동점골 도움주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업적에 뒤질세라 불과 일주일 사이에 결정적인 도움주기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참에 아예 그를 전업 도우미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경기장에 나서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의 숙명은 그의 별명에도 새겨져 있었다. 그라운드의 일개미. 도움주기는 일개미의 숙명 아니던가? 국민의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도우미, 한국 축구의 답답증을 뻥 뚫어주는 도우미…. 이제 축구장에서 앞치마 두른 도우미 아저씨들을 ‘떼거지’로 보고 싶다. 도우미를 도우는 도우미도 있다.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의 도움주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박지성의 도움주기를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히딩크는 그가 ‘일’할 수 있도록 줄기차게 도움을 주었다. 감독의 도움주기를 받지 못한 이천수·안정환·이동국이 유럽 무대에서 얼마나 방황했는지를 돌아보면 도우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도움은 도움을 낳는다. 서로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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