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가정’이 결국 사람 잡았다. 정확히 말하면 범인 잡았다. 소름 끼치는 분당 여승무원 납치·살해 사건은 전과 9범 택시기사의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은 경기도 성남시내 전과 경력자 1천여명 중에 범인이 있을 거라는 ‘가정’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수사망을 점차 좁혀나갔다. 무리하게라도 ‘가정파괴범’을 잡기 위해 세운 경찰의 상투적인 ‘가정’. 물론 그것은 오래전부터 무고한 이들의 ‘가정파탄’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전과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가정’의 노예가 되어 생사람을 잡던 부끄러운 역사 탓이다. 그 과정엔 언제나 ‘가학수사’가 문제시됐다. 하지만 이번만은 ‘과학수사’란 말인가. 경찰은 피의자 택시에 달린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와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이용해 물증을 확보했다. 경찰은 다음과 같은 한자성어가 통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가화만사성! ‘가정’이 화끈해야 모든 수사가 성공한다!
경찰은 ‘일진회’도 완전 소탕할 것인가. 경찰 이야기 나온 김에 경찰기자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일진회’는 중딩·고딩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문사, 특히 사회부 경찰서 출입기자들의 ‘일진회’는 고약하기로 소문나 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수습 ‘말진’(末陳)들을 괴롭히는 ‘일진’(一陳) 선배들 말이다. 수습 ‘말진’들은 ‘일진’들의 얼굴을 ‘보고 또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죽도록 ‘보고 또 보고’를 올려야 하는 운명이다. ‘일진’들은 그렇게 하여 정보의 ‘보고’(寶庫)를 채우려 한다. 최신판 에피소드 하나. 한 신문사에서 수습생활을 하는 아무개 말진 기자는 오전 내내 보고거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일진’은 없는 사건을 만들기라도 해야 할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결국 코너로 몰리던 그 불쌍한 ‘말진’ 수습은 더듬거리다 모기만 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내뱉고 말았으니…. “택시파괴 사건이 하나 있긴 해요.” 택시파괴? 정확한 경찰용어로는 ‘택시손괴’인 것을, 얼마나 쪼였으면 ‘용어파괴’까지 했을까. 황당함을 느낀 일진 선배의 ‘웃찾사’식 대꾸. “그럼 피의자가 고질라야? 그런 거야?”
한편으론 ‘일진’을 침묵 속에 빠뜨리는 뻔뻔한 ‘말진’들도 있다. <한겨레> 사회부 정보보고에 뜬 어느 일간지 수습기자들의 풍경을 보자. 새벽 1시가 되도록 보고가 없는 수습 말진을 ‘일진’이 깨는 풍경이다. “야, 왜 보고 안 해! 죽을래? 너 어디야?” “대학로에 있습니다.”(술 먹고 울면서 대학로를 하염없이 걷고 있음.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 “누가 나와바리 이탈해서 거리 있으래? 죽을래?” “선배는 연애도 안 해보셨습니까? 으흐흑.” “……… 너 우냐?” “네, 웁니다. 슬픕니다.” “…………%$.” ‘일진’(日辰) 안 좋은 날엔 ‘일진’한테도 거침없이 개기는 거다. 일진회 소탕 되는 거야? 그런 거야?
<한국논단>을 아시는가, <한국농담>을 아시는가. <한국논단>은 극우적 논조를 가진 월간지 이름이다. 비현실적인 수구 논조로 인해 뜻있는 사람들은 <한국농담>이라는 말로 빈정거려 불렀다. 나는 지난해 3월부터 ‘시사넌센스’를 연재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놀려선 안 된다는 새로운 깨우침을 얻었다. 의무적으로 ‘농담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상으로나마 동업자 의식을 느꼈던 거다. 진지한 <한국논단>보다는, 어떻게든 웃겨야 하는 <한국농담> 만들기가 훨씬 머리 아프지 않을까? 그 결과 1년 내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되어야 했다. 디어 헌터? 피곤한, 아이디어 헌터!! 그동안 썰렁한 ‘말장난’을 참고 견디어준 독자들과, 과분한 사랑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수많은 ‘오버’들에 관해 사죄드리며, 다음과 같이 확실하게 책임을 전가하련다. 내탓이오? 니탓이오? 오로지……… 뇌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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