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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공무원, 해일 맞는가

등록 2005-03-3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철밥통’이 아니다. ‘맞춤형 도시락’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공무원을 빗대는 말은 이렇게 바뀔지 모른다. 최근 상황을 보면 5년 뒤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이름의 쓰나미의 진앙지는 단연 행정자치부다. 행자부는 3월24일 ‘서열 파괴’를 열쇠말로 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53개 팀장을 뽑는 절차의 시작은 직원들의 직위 공모 신청이었다. 심사 결과 계장 가운데 6명이 팀장으로 기용된 반면, 국장과 과장 가운데 7명이 무보직으로 발령이 났다. 집단적인 무보직 발령은 초유의 일이다. 정부 조직 개편의 리트머스 시험지 구실을 하고 있는 행자부의 행보라 다른 부처도 몸조심에 들어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팀제 인사 개편으로 행자부는 ‘국장-과장-계장-계원’의 4단계 조직에서 ‘본부장-팀장-팀원’으로 3단계 조직으로 단순화됐다. 연공서열 중심의 보직관리 시스템에서 능력과 실적, 전문성과 개혁성이 중시되는 인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셈이다.

“뒤숭숭하긴 하지만, 이런 흐름이 대세라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해요.” 내부의 분위기를 캐묻자 기자에게 한 관계자가 넌지시 귀띔했다. 그러나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이 가동되는 7월 이후에는 더 큰 변화가 닥칠 전망이다. 업무 성과를 측정해 직접 인사에 반영하는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선배’ 공무원이 ‘후배’ 공무원 밑에서 일하는 게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측이다.

다른 부처의 분위기도 행자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길 건너 정보통신부에서 만난 한 사무관은 “연공서열 파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정보통신부도 지난해부터 점점 팀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가고 있다”면서 “만들어지는 팀이 무엇이냐에 따라 차관이 팀장이 될 수도 있고 사무관이 팀장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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