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고레와 이쿠라데스카(그거 얼마죠)?”
서울 남대문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일본말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삼삼오오 짝을 이룬 일본인 관광객들이 상인들과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안경점 앞을 서성대거나 귀고리, 팔찌 등을 벌여놓은 좌판을 기웃거리는 젊은 여성들 중 열에 아홉은 일본인 관광객들이다. 먹을거리 장터의 갖가지 음식을 앞에 놓고 함박웃음을 짓는 일본인 중년부부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물건값을 묻는 이들이나, 이들에게 붕어빵 한개를 덤으로 얹어주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미소가 배어 있다.
독도와 역사 왜곡 문제로 반일 감정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일 집회가 열리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독도를 찾고 있다. 극우단체들은 할복과 분신을 기도하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복궁 등 서울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취객들이 일본인 관광객들의 버스에 올라타 욕설을 퍼붓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독도 영유권과 역사 왜곡을 부추기는 일본의 우익세력과 일본 시민들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제주도의 한 골프장이 일본인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이 골프장 주인에게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독도는 독도고, 장사는 장사일 뿐”이라고. 지금은 남대문시장 상인들처럼 실리를 놓치지 않는 냉철한 자세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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