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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세상] 패러디? 패러디!

등록 2005-03-2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인터넷은 온통 패러디 열풍이다. 정치, 뉴스, CF, 영화, 드라마까지 온통 비틀고 뒤집는 ‘패러디’ 바다에 빠져 있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패러디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개인의 의견이든, 창작물이든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주제가 도발적이라면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인기 작품의 자구를 변형시키거나 과장해 조롱 삼아 꾸민 익살 또는 풍자를 노린” 패러디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누리꾼의 공통된 정서를 담은 패러디는 ‘환영’받지만, 찬반이 팽팽할 때는 오히려 ‘화’를 부른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패러디물이 논란의 ‘핵심’에 섰다. 지난 3월15일 한국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생방송 시사투나잇>(밤 12시15분)은 ‘헤딩라인 뉴스’ 코너에서 몸 아래와 가슴 부분만 가린 채 발가벗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의 누드 그림에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 박세일 의원의 얼굴을 합성해 방송한 작품이 ‘성적 모독’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당사자인 박 의원과 전 의원은 “신경쓰지 않는다” “저질스러운 방송이어서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오고 갔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정도를 벗어났다”(‘noddong1’), “아무리 시사 풍자라고 해도 보기에 좋지 않다.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풍자를 할 수 있을 텐데”(‘sess98’).

“미안하다. 관심 없다”(‘straus’), “패러디는 그냥 패러디로 봐야 한다”(‘creativep’), “풍자는 풍자일 뿐. 개그도 개그일 뿐”(‘huvan’).

지난해 7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에 박근혜 대표의 얼굴이 합성된 패러디가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생방송 시사투나잇> 김현 프로듀서는 “이 패러디의 원작은 ‘낙원 상실’이라는 명화로 성적 코드와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나라당의 태도는 강경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9일 한국방송을 방문해 정연주 사장의 공식 사과와 관계자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정 사장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문제가 된 시사패러디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패러디 전문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와 풀빵닷컴(pull0.com)에 소개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패러디물에 대한 누리꾼들의 태도는 ‘관대함’ 그 자체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불멸의 이순신’ 캐릭터, ‘막파도’와 ‘무현아 독도 가자’ 등 영화 포스터를 모방한 패러디에 “속이 후련하다”며 “더 자극적인 창작물은 없냐”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창작물(?)을 주문한다. 같은 ‘패러디’지만, 잣대가 다르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 국회의원까지 발가벗겨지면서 표현 범위와 적절성을 두고 논란을 부르기도 하지만 네티즌들이 ‘패러디’를 보는 잣대는 역시 패러디답다.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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