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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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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득도의 날’과 한국 우익의 체면

등록 2005-03-2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개래요~.” 김민기가 지은 <야근>의 가사를 아시는가. 노래는 계속된다.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한개에 5만원씩 20만원을~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프레스’ 기계에 뚝뚝 잘리던 공장 노동자들의 손가락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하지만 기자들이 우글거리는 ‘프레스’를 겨냥해 일부 열혈 애국투사들이 자른 손가락은, 솔직히 말해 별로 가슴 안 아프다. 내 가슴이 문제일까? 가슴 성형수술이라도 해야 제대로 느끼게 될까? 독도 문제에 항의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사진을 보며 난데없이 프로축구 수원삼성의 브라질 출신 골잡이가 생각났다. 나드손…. 그 이름을 바꿔부르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게 치밀어오른 거다. “나둬손!”
일본대사관 앞에서 ‘배’에 ‘과도’를 들이대며 할복을 기도한 이도 있었다. 정말 ‘과도’한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수적 시민단체의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홍아무개씨.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얼굴을 알 거다. ‘배’다른 형제인 일본 우익에 섭섭하여 ‘과도’를 ‘배’에 대고 억지 폼을 잡았던 건 아닐까. 나도 가끔은 ‘배’에 ‘과도’를 들이댄다. 우리 집 꼬마들이 간절히 원해서다. “아빠, 제발 칼로 배를 찔러줘.” ‘배’ 깎아달라는 요구다. ‘배’고파서…. 혹시 엽기 잔혹 시위대들은 ‘배’를 찌르는 감동적인 액션이 있어야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그것도 많이 들어온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통장에 들어오는 후원금 말이다. 오늘도 나는 집에서 배를 깎는다. 그들에겐 “절대 깎지 말라”고 권하겠다. “대한민국 우익 체면 좀 깎지 말아줘….”
독도는 한국 정부가 지켜야 할 최후의 부동산인가. 일본은 ‘독도’의 다른 이름인 ‘죽도’(竹島·다케시마)에 관해 ‘죽도’록 한국인들의 약을 올리고 있다. ‘독도’에 관해 이젠 ‘득도’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맞다. ‘득도의 날’이라도 정해야 한다. 요즘의 하루하루는 너무나도 ‘득득 이 가는 날’이다. 눈에 힘주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절규하는 건 하나도 안 감동적이다. 눈에 힘주는 건 화장실에서나 하자.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화장실 공식주소를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가. “여기도 변소군 힘주면 나오리.” 하지만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 대해 너무 힘주면 망하리! 그런 점에서 시사넌센스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바이다. 워싱턴에서 했다는 이런 말 때문이다. “일개 시마네현 주장엔 울릉군 차원의 대처가 적절합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며, 사랑스런 그녀를 엿먹이고 싶다. 울릉도 호박엿!!
‘노총은 가라, 민주노총이 뜬다.’ 10년 전 <한겨레21> 84호(1995년 11월16일치)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민주노총 출범에 관한 내용이었다. 책이 가판에 깔리기가 무섭게 노총(한국노총) 관계자 200여명이 한겨레신문사로 몰려와 격렬히 항의했다. 그 제목을 뽑았던 당사자로서 나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인용부호(“”)를 씌우지 않은 건 실수였다. 한국노총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가오는 민주노총 출범 10년을 앞당겨 기념하면서 이젠 다른 제목을 뽑아보고 싶다. “노총은 오라, 민주노총이 뜬다.” 좀더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이 뜬다, 공중에 붕 뜬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채 또 무산됐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나의 ‘단상’은 회의장 ‘단상’ 점거하는 이들에게 짜증난다는 거다. ‘사회적 교섭’ 반대하는 대의원 여러분, 자제를 ‘다짐’하세요… ‘주먹다짐’은 하지 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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