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초등학생들도 ‘연애’를 한다는 요즘, 학생간 이성교제가 학교 당국의 허가 대상이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육군사관학교다. 육사는 최근 생도 규정을 고쳐 3∼4학년에 한해 건전한 범위 내에서 이성교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1998년부터 여성의 입교를 허용한 육사는 그동안 생도간 이성교제를 흡연, 음주, 결혼과 함께 엄격히 통제해왔다. 육사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존중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적 조류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육사는 건전한 이생교제의 범위를 편지 주고받기와 공개된 장소에서의 만남 정도로 제한하는가 하면, 1∼2학년은 여전히 생도간 이성교제를 금지하기로 했다. 저학년은 엄격한 생도 생활에 아직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1980년대 남녀공학을 막 시작한 중·고교에서는 방과후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게 ‘학생부’ 교사들의 주된 일과였다. 학교 주변의 폭력으로부터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몇몇 교사들은 남녀 학생들이 같이 있을 만한 곳을 유독 잘 찾아냈다. 이성교제 금지는 명백한 인권침해였음에도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항변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선생님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육사는 법적으로 ‘성인’인 생도들의 이성교제를 여생도 입교허용뒤 7년 동안 어떻게 통제해왔을까. 육사가 이성교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불현듯 군복무 시절 육사 출신의 소대장 얼굴이 떠올랐다. 그분은 3류 소설 같은 대학 캠퍼스의 연애담을 무척 좋아한 ‘반듯한’ 장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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