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번쯤 붉은 티를 입어보지 않은 시민이 없었다던 지난 2002년 6월, 나는 단 한번도 ‘붉은 악마’가 되지 못했다.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 마감을 끝내고 요코하마의 작은 호텔방에서 TV에 비친 붉은 악마들을 보며 ‘고향’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본사에 전화를 할 때마다 한국에서 신명나게 취재를 하고 있는 동료들이 마냥 부러웠다.
그렇다고 붉은 악마가 느꼈던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놓쳤던 것은 아니다. 감동에 통쾌함까지 더해져 그 강도는 더욱 컸다. 한국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너희가 축구를 아느냐?”며 기고만장했던 유럽의 ‘축구전문’ 기자들이 경기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은, 이탈리아전에서 터진 안정환의 역전골보다 더 통쾌했다. 그날 밤 금발의 여기자가 다가와 안정환에 대해 물을 때의 그 ‘친근한’ 표정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는 월드컵 개막 직후 한국의 16강 전망을 묻는 내게 “시간없다”고 차갑게 대꾸한 기자였다.
K리그가 개막했다. 프로축구는 그 나라 축구의 토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프로 리그가 활성화돼야 그 나라 축구의 수준이 올라간다고 한다. 올 시즌에는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가세해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이 넘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낮에는 제법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요즘 가족과 함께 축구장을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 3년 전 ‘붉은 악마’가 느꼈던 감동이 내년에도 재현되기를 꿈꾸면서. 단,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경계하면서 말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민주, 헌법재판관 임명·쌍특검법 공포가 탄핵 잣대
최상목, 내란 사흘 뒤 “윤 탄핵 기정사실…문제는 장기화 여부” 발언
물에 빠진 늙은 개를 건져주자 벌어진 일 [아침햇발]
‘뭐요’ 임영웅 “걱정과 심려 끼쳐 죄송…저는 노래하는 사람”
민주 “‘내란 부정’ 국힘 정치인·유튜버 내란선전죄로 고발할 것”
“교수님, 추해지지 마십시오”…‘12·3 내란 옹호’ 선언에 답한 학생들
다시 만난 ‘남태령 대첩’ 시민들…”함께여서 추운 동짓날 밤 견뎠죠”
“총 쏴서라도”…검찰 김용현 공소장으로 본 윤석열 ‘내란 일지’
국수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 30일 출석 통보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 가족 품에서 잠들다…향년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