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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자유와 공짜

등록 2005-01-24 00:00 수정 2020-05-02 04:24

▣ 안영춘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jona@hani.co.kr

“길 걷다 어떤 아저씨가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교회, 신고합니다! 하나님 허락 없이 찬송가 틀었어요”, “오늘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를 신고합니다”….
새 저작권법을 향한 누리꾼(네티즌)들의 태도는 거의 일방적이다. 지난 1월17일 법이 개정 발효된 뒤부터 한국음반산업협회(www.miak.or.kr) 사이트의 불법 음반 신고센터 게시판에는 톡톡 튀는 표현으로 저작권법을 비꼰 패러디 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은 음악을 만든 작사·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만 ‘전송권’을 주던 걸 저작인접권자인 가수·연주자와 음반 제작자에게도 인정한 게 전부다. 온라인상에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자가 늘어난 것이다. 전송권은 저작물을 파일 형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이 법 개정을 이끈 문화관광부(www.mct.go.kr)는 ‘오해와 진실’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펌’ 행위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건 저작권자가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일 뿐, 개정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애국가를 부르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해명까지 하느라 진땀을 쏟고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발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개인 블로그의 배경음악을 깔아도 ‘불법’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이 조항은 누리꾼들에게 새삼스런 각성으로 다가왔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도 반작용을 부르는 데 한몫했다. 누리꾼들은 이제 “No music, No blog”이라고 외치며 안티카페(cafe.naver.com/nomusicnoblog.cafe)를 만들어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콘텐츠의 자유로운 교환과 확산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과 콘텐츠의 배타적 소유권을 요체로 하는 저작권은 태생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선 공급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저작권법에는 일방적 공급자와 일방적 수용자만 존재한다. 누리꾼들이 ‘자유’와 ‘공짜’를 하나의 가치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 저작권은 공급자와 수용자의 관계를 반드시 돈으로 매개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돈이 떠다니는 시장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나 창작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모두 인터넷의 건강한 진화에는 걸림돌이다. 시민단체인 ‘정보공유연대’(ipleft.or.kr )가 비영리 목적의 복제나 전송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저작권법을 재개정하는 운동과 함께 저작물의 이용 조건을 저작물에 명시해 저작권자의 별도 허락 없이도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을 펼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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