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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구치, 미국이 갖지 못한 명품이여

등록 2005-01-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잘 봐달라”고 할 땐 반드시 ‘잘 봐줘야’ 한다. 안 봐주면 애먼 사람한테 “제발 봐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생긴다. 선물의 ‘구치’가 큰지 작은지를 ‘잘 봐줘야’ 뒤탈이 안 생긴다는 거다. ‘구치’ 핸드백은 ‘구치’가 상당히 크다. 태영 부회장은 문화방송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사실은’ 팀의 기자들에게 술을 사며 “잘 좀 봐달라”고 했다 한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술만 마시고 선물은 ‘자세히 안 봐줘’ 문제가 됐다. 결국 사내 인사위원회가 신강균 앵커 등에게 징계를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정직’하게 기자생활 하라는 의미에서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인가. 이런 충고가 꼭 곁들여져야 한다. “다음부턴 잘 봐줘라. 즉각 포장지 뜯고 선물 내용부터!” 또한 문제의 ‘구치’ 백을 수거해 정밀 감식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짝퉁인지 알게 뭐야!
‘구치’를 사기 위해 밥을 굶으며 돈을 모으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을 위로하며 ‘구치’를 손에 넣으려고 무려 10여년 동안 별의별 짓을 다 하다가 실패한 외국 사례를 소개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채 이라크에서 깨지고 있는 미군 말이다. 30여년 전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치’를 소유하려 했다. 30여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구치’는 정말 세계적 명품이었다. 미군은 B-52기를 통해 수백억달러어치의 융단폭격을 했음에도 끝내 갖지 못했다. 그러나 당신은 가능하다. ‘구치’ 핸드백 살 돈이 있다면 비행기값을 들여 베트남 호치민 인근의 ‘구치’에 가보길 권한다. 총연장 250km, 베트콩의 지혜가 빛나는 철의 요새 ‘구치’ 땅굴! ‘구치’ 입장료 5달러, ‘구치’에서 파는 쇼핑백은 1달러도 안 된다. 단, 신체의 ‘구치’가 큰 사람은 ‘구치’ 밑으론 못 들어간다는 사실을 유념할 것!(땅굴이 좁다구요)
당신은 2005년 벽두에 어떤 ‘조짐’을 느끼는가. ‘조짐’이란 원초적으로 불길하다. ‘조짐’의 기본형을 아시는가? 조지다…. 그건 문화방송 ‘사실은’의 주특기였다. “나는 조진다, 고로 존재한다”가 모토였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 1절엔 “조짐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조지지 말라”는 구절이 있지만, 교조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조짐’을 당하는 쪽에서는 이 구절을 다르게 고칠 듯하다. “조질 땐 조지더라도, 마스크나 쓰고 조져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따라서 털 때마다 엄청 먼지 날 테니 호흡기 질환 조심하라는 허풍이다.
조질 땐 ‘마스크’ 안 써도 안전하다. 하지만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선 반드시 ‘마스크’ 써야 한다. 경기도 화성시 전자제품 부품공장의 타이 노동자들이 ‘마스크’ 안 쓰고 작업하다 노말헥산에 중독돼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공장장의 무지(無知), 무지무지 조질지어다.
은혜를 받고 싶다. 교회 목사님의 좋은 설교를 들으면 ‘은혜를 받는다’는 표현을 쓴다. 불행하게도 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시민들은 대한민국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설교를 전해들으며 ‘음해를 받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날 일어난 해일이 불신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니…. “불신자들은 ‘지옥불’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목사님들 많은데, 그는 다르게 말했다. “‘지옥물’에 들어간다아아아아.” 앞으로 비기독교인들은 매년 12월26일을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닌 ‘크리스마스 이부’로 정해서 재앙 경계 태세에 들어가야 한다. ‘1부’ 행사 다음날 억지로 여는 ‘2부’ 비상행사! 남아시아 무슬림, 불교도, 힌두교도 들은 한국의 전통가요 하나 배워볼 일이다. 홍도야 울지 마라……가 아닌, 홍도야 울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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