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아버지 박정희’와 표현의 자유.
보지도 않고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 영화의 흥행을 위해 죽은 자의 사생활을 왜곡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 망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인가?
개봉도 되지 않은 한편의 영화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47)씨가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1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박씨는 신청서에서 “실존인물을 영상표현물로 재구성할 때 인격권 침해나 명예를 훼손한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안 된다”며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극장 등 흥행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일본 가요를 즐겨들었다거나 시해 장면에서 김재규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 등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이 문란하고 일본을 동경하는 매국적 인물이나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영화 장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박씨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제작사인 명필름의 이동직 변호사는 “엄청난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간들의 모습을, 사실적 자료에 근거해 영화적으로 가공한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는 예술·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리꾼들도 <그때 그 사람(들)>의 법정 공방을 놓고 양쪽에 대한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한겨레> 토론방 한토마(hantoma.hani.co.kr)에서 ‘매야’는 “기획한 영화사나 시나리오 작가 등 역시 주사파나 현 정권의 주구들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이 영화는 예술을 빙자한 정략의 산물”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네이버(www.naver.com)에서 ‘imbmwgo’는 “박근혜 대표를 죽이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한 열우당의 비굴한 정치적 영화”라며 “이런 비굴한 정치적 영화가 나오지 않도록 절대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토마의 ‘비앤비’는 “단지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청파’는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수단까지 쓰는 것은 후손으로서 오히려 아버지를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며 “쓸데없이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공방은 어느 쪽에 유리할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영화를 두고 벌어진 논란으로 인해 관련 기사와 영화 포스터, 줄거리, 예고편 동영상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영화가 엄청난 홍보 효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만씨가 영화 홍보를 너무 잘해줘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영화가 개봉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네이버 ‘moow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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