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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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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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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경제를 살리자는 외침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장기불황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재계, 언론계가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우울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7일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올해 경제운용 목표인 일자리 40만개 창출과 5% 경제성장을 위해 종합투자계획의 사업 선정 등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로 한 것 또한 역동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질적으로 볼 때 선진경제 문턱에 다가와 있다. 임기 말이나 다음 정권 초에 2만달러 깃발을 달고 선진국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우리 경제상황이 최악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노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선진한국’을 새해 국정운영 목표로 정하고 각 부처에 청사진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늘 하는 얘기여서 시큰둥하지만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정치를 다짐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화답이라도 하듯 경제단체들도 경제 재도약을 위해 자신들부터 기본으로 돌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기업 경쟁력 제고와 정도(正道) 경영, 고용창출 등을 위해 분발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장기불황과 원유가격 폭등,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인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금의 이런 분위기라면 경제난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다. 그러나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과 기우(杞憂)로 끝나기를 바라면서 두 가지를 경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노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각종 회의나 모임을 통해 입으로만 경제 살리기를 외칠 게 아니라 몸을 던져 일선 현장에 뛰어들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 업무가 산업현장과 연계돼 있고 국회 역시 상임위원회가 담당하는 산업현장이 즐비하다. 현장을 찾아 그곳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법률과 제도로써 현장의 애로사항을 어떻게 풀어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고의 수출규모와 외환보유고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산업현장의 피와 땀으로 얻어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산업현장의 땀을 닦아주고 상처를 감싸주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경제 재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한호 공군참모총장이 며칠 전 최초의 국산 초음속 훈련기인 T-50의 파일럿으로 나서 1시간 정도 직접 훈련기에 탑승하고 성능을 점검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현장을 누비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다른 한 가지는, 경제 살리기가 마치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처럼 우리 사회 모든 것을 뒤덮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대 개혁법안 중 연말에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과 과거사 규명 법률안, 사립학교법 개정 법률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올해가 6·15 남북 정상회담 5주년을 맞는 해여서, 과거사 규명은 올해가 해방 60주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그렇다. ‘이념정치’라는 덫에 걸려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열린우리당조차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주저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경제도 살리고 민족과 교육 문제도 해결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필요하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고뇌하는 인간이 되겠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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