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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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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공간] ‘나르시시스트’가 돼라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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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금주 그리고 운동의 공통점은? 새해 결심의 단골 메뉴이면서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들이다. 운동은 더욱 그렇다. 금연, 금주는 ‘결심’만으로 실행이 가능하지만 운동은 부지런함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헬스클럽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경기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파트 단지와 도심 빌딩가의 헬스클럽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헬스클럽 경영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원래 연초에는 손님이 좀 있다가 날이 풀리는 2월쯤에 쫙 빠져요.”(서울 공덕동 삼성생활체육센터 사장)

이는 헬스클럽에서 하는 운동이 모두 ‘개인종목’인 탓이 크다. 러닝머신이나 벤치프레스 등 이곳의 기계들은 철저히 ‘개인’이 될 것을 요구한다. 스포츠의 여러 덕목 중 하나인 협동심과 상대를 제압했을 때의 쾌감 같은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결심’에만 도취돼 이곳을 찾은 초보자들은 곧 싫증을 느끼고 만다.

헬스클럽 마니아들은 이들에게 ‘나르시시스트’가 되라고 충고한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사랑’할 줄 알면 곧 이곳의 기계들에 친숙해진다. 지금의 자기 몸이 실망스럽다면 미래의 몸을 상상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곳에서는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 무아지경의 희열을 맛볼 때까지 자신만을 ‘사랑’해야 한다.

헬스클럽, 그곳에 가면 ‘나’가 보인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발버둥치느라 잊고 살았던, 소중한 ‘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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