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기자로서의 양심’은 얼마나 지키기 힘든 것일까. ‘명품 가방’의 유혹은 어느 정도일까.
문화방송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의 이상호 기자가 자신의 홈페이지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www.leesangho.com)에 올린 글 ‘아내와 가방’이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상호 기자는 한 민영방송사가 물 캠페인을 실시한 뒤 모기업인 ㅌ사의 하수처리장 사업이 급성장했다는 의혹을 고발하는 보도를 지난해 말 내보낸 바 있다. 이 기자가 올린 글에는 지난해 말 ‘ㅌ’사 사장에게서 100만원 상당의 구치 가방을 선물받은 뒤 되돌려주기까지 기자와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자괴감이 녹아 있다.
글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해 12월24일께 방송사 선배가 술 한잔 하자고 전화를 해와, 약속 장소인 최고급 레스토랑에 나가보니, 또 다른 방송사 선배와 건설회사 ㅌ사 사장이 함께 나와 있었다. 구석에 나란히 놓여 있던 쇼핑백 3개를 봤을 때 ‘조금 있으면 저것이 내게 전달되겠지’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내에게 변변한 선물 한번 해준 적이 없는” 그는 아내에게 선물을 건네긴 했지만 ‘명품 가방’에 ‘기자의 양심’을 팔 수 없어 고민 끝에 같은달 27일 ‘ㅌ사’에서 받은 ‘명품 가방’을 되돌려보냈다. 이 글은 최근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여러 블로그로 옮겨졌다. 네티즌들은 이 기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는가 하면, 자본과 언론이 빚어낸 한편의 우울한 코미디에 냉소를 보냈다.
<인터넷 한겨레> 한토마의 네티즌 ‘이풍진세상’은 “이 기자의 글이 공감을 부르는 것은 사회적 비리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인간적 고뇌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유혹이 많은데, 글의 고민이 심금을 울려 퍽 많이 울었다”는 글을 남겼다.
반면 이 기자를 질책하는 글도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후한’ 연봉을 받는 방송사 기자가 ‘명품 가방’에 양심이 흔들렸다는 점 때문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당시 ‘명품 가방’을 함께 받았던 ‘사실은’의 신강균 기자와 강성주 문화방송 보도국장이 7일 보직을 사퇴했다. 문화방송은 또 7일 방송을 취소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문화방송은 미국 출장 중인 이상호 기자가 귀국하는 대로 추가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 기자의 고백글은 “이상호 기자와 같은 양심고백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언론사 기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 누구도 양심선언을 한 적이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유유상종이 얼마나 활개치고 있을지 짐작할 만하다. 뭉클 씁쓸한 기분이 든다”(옴부즈맨)는 한 네티즌의 글처럼 우리 사회에서 기자의 역할과 책임, 생활인으로서의 고뇌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58살 핵주먹’ 타이슨 판정패…30살 어린 복서는 고개 숙였다
에버랜드가 50년 공들인 ‘비밀’…베일 벗자 펼쳐진 장관 [ESC]
“어떻게 2년 반을 더”…학부모·해병·교수·노동자 이은 ‘촛불 행렬’
‘10도 뚝’ 찬바람 부는 일요일…다음주 서울은 영하 추위
‘트럼프 없는 곳으로 도피?’…4억이면 4년 동안 크루즈 여행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영상] 광화문 선 이재명 “난 죽지 않는다”…촛불 든 시민들, 이름 연호
비 맞아도 “윤석열 퇴진”…시민 열기 가득 찬 광화문 [포토]
130쪽 이재명 판결문…법원, ‘백현동 발언’ 당선 목적· 고의성 인정
러시아, 중국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첫 수출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