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font color="#C12D84" size="4"> 당신은 ‘방화’를 사랑하시는가. </font>‘외화’만 보는 걸 ‘외화 유출’로 생각하시는가. 나는 ‘방화’를 즐겨보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방화’의 성적이 가슴 아프다. ‘방화’가 4년 만에 한국시장 점유율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방화’는 요즘 국내 관객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지 못한 걸까. 다시 말해 ‘방화’에 실패하고 있는 걸까. 홍길동은 ‘적자’가 되지 못한 ‘서자’의 신세에 애달파했지만, 한국의 상당수 영화 제작사들은 ‘흑자’가 되지 못한 ‘적자’의 현실에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백억을 쏟아부은 ‘역도산’이 ‘도산’하지 않기를!
사실 ‘외화’보다 ‘방화’가 더 불편할 때가 있다. 배우들의 한국어 발음을 정확히 못 알아들어서다. 툭 던지는 외마디가 귀에 쏙 들어오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는다. 비디오처럼 되돌릴 수도 없다. 이럴 경우엔 옆사람에게 “방금 뭐라고 그랬냐”고 속삭이며 묻기도 한다. 한두번 그러면 괜찮은데 반복되면 옆사람도 성질을 낸다. “묻지마!” ‘방화’ 상영하는 극장마다 매표소 앞에 써붙일 일이다. “묻지마 관람 중!”
<font color="#C12D84" size="4"> ‘방화’ 상영 중엔 대답 안 해줘도 된다.</font> 그래도 엔딩 자막 흐른 뒤엔 얘기해주는 게 예의 아닐까? 더 중요한 것은 ‘방화’ 저지른 다음엔 그 이유를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 거다. 한데 ‘아무 이유 없을 때’가 많다. 이건 ‘묻지마 관람’과는 차원이 다른 반사회적 ‘묻지마 방화’로 불린다. 비극적 ‘화제’를 불러일으킬 뻔한 지하철 7호선 ‘화재’ 사건. 이 뉴스를 접한 직후 나는 혹시나 했다. ‘국가보안법 2004년 내 처리 불발’의 부당성을 새해 첫 출근길에 알리려는 열혈시민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옛날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수많이 젊은이들이 방화범 아니었던가. 여기서 퀴즈 하나. 화염병은 무슨 병으로 던져야 가장 효과적일까요? 1. 콜라병 2. 맥주병 3. 요쿠르트병 4. 소주병. 정답은 4번이다. 소주병이 가벼우면서도 깨지기 쉬워,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에게 사랑받았다. 휘발유와 신나를 적절하게 배합한 뒤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인다. 그 화염병을 막아야 했던 불쌍한 전투경찰들은 어떠했을까. ‘휘발유’는 ‘씨발유’가 아니었을까? ‘신나’ 냄새를 맡으며 이렇게 이를 갈지는 않았을까? “하나도 안 신나!”(방화(邦畵)라는 일본식 이름보다는 ‘우리 영화’라는 말을 쓰는 게 좋다고 한다. ‘방화’라는 말, 딱 오늘까지만 쓰겠다. 방화, 쓰지도 저지르지도 맙시다.)
<font color="#C12D84" size="4"> ‘남기남’ 감독을 아시는가. ‘방화’</font> 이야기 나온 김에 한 시절의 ‘방화’를 주름잡은 남기남 감독을 떠올린다. 새해부터 시작된 음식물 쓰레기의 직접 매립 전면금지 정책 탓이다. 남기남 감독이 국민계도성 선전물의 하나로 만들면 좋을 영화 제목이 있다. “왜 남기남?” 음식을 왜 남기남? 이 메시지는 ‘묻지마 관광’도, ‘묻지마 관람’도, ‘묻지마 방화’도 아닌 ‘묻지마 쓰레기’다. 파묻지마 음식물쓰레기!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던 이기준씨도 단말마적인 “묻지마” 비명을 지른다.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싫다”며…. ‘기준’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이기준씨 아들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을 놓고 문제 삼는 사람들이 ‘묻지마 방화범’만큼 이해 안 된다. 그런 걸 놓고 ‘이기준’을 흔드는 건 웃기는 ‘기준’이 아닌가. 왜 국적 포기했냐고 묻지마! 오늘의 결론은… 묻지마 국적!(이 글 쓰고 나니 이기준씨 사퇴 뉴스가 흐른다. 대통령은 절대로 ‘묻지마’안된다. 새 장관 발표하기 전엔 어떤 인간인지…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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