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아니 휩쓸려 떠내려간 솔아! 남아시아의 아름다운 모래사장마다 ‘파라솔’은 사라졌다. ‘비치’에는 시신들만 ‘비치’돼 있다. 아시아의 친구들을 집어삼킨 그 해일은 정말 ‘선 오브 비치’다. ‘해변’이라는 말에 담긴 낭만적인 뉘앙스도 사라졌다. 그것은 “바닷가에서 변을 당한다”는 어감으로 다가온다. 2005년 벽두, 이제 세계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는 하나다. 구호… 구호활동!! 한국 정부는 재난을 당한 나라들에 총 5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창구로 할 텐데 이런 소리나 듣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코이카? 누구 코에붙일카?”
남아시아 국가들은 싸다 싸! 천재지변의 결과를 놓고 경망스런 험담을 하는 게 아니다. 물가가 싸다. 왕… 싸다. 그래서 그곳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은 ‘왕’ 대접을 받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걸까. 돈을 물쓰듯 쓰며 ‘허세’를 부리는 졸부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정반대 케이스도 있다. 싼 맛에 길들여져 ‘왕쪼잔’해지는 거다. 처음에는 1만원대의 계산 단위가 1천원대로 낮아지고, 더 심하게는 몇백원을 놓고 벌벌 떨게 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대한민국 정부는 남아시아 국가들을 돕기 위해 차라리 졸부처럼 행세하기 바란다. 그쪽 나라 역사책에 “‘고구려’와 ‘싸구려’의 전통을 함께 지닌 왕쪼잔 민족이 하나 있었다”는 악의적인 기록이 등장하지 않도록…. 결정적인 ‘고비’에선 ‘자린고비’가 되지 말지어다. 우리 모두 주머니를 털지어다.
한국 사람들은 못 기다린다.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빨리빨리” 보채는 일은 동남아 관광지 식당에서까지 유명하다. 이런 점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의 캐릭터는 한국인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품성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를 모델로 삼아 ‘범국민적 참을성 캠페인’을 벌이는 건 어떨까. 이를 위해 아이스크림 회사들은 교훈적인 이름의 하드를 만들어 운동 확산에 기여하는 거다. 지둘려 바!(꾹 참아야 할 때 빨아봐!) 물론 그도 지둘리다 열받을 때 있다. 2004년 12월31일, 한나라당 저지로 국회 본회의장에 못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둘리는 스트레스를 공격적 액션으로 풀고 싶은 이들을 위해 또 다른 하드를 만들 수 있겠다. 휘둘러 바!(의사봉, 경호권) 사실 ‘국보법 폐지안 연내 처리’을 주장하며 여의도에서 단식 농성을 했던 시민들도 김원기 의장에게 여러가지 별난 하드 이름들을 외치다가 쓰러졌다. “직권상정해 바!!” “서둘러 바!” 결론은 ‘김원기’ 의장님께서 단식 농성자들의 ‘원기’를 바닥냈다는 것. 원기충전시켜줘 바!!(왜 ‘~봐’를 ‘~바’로 왜곡했냐고 따질 한글사랑 독자님들, 글쓰기는 정말 ‘하드’합니다요)
당신을 ‘키워줄’ 2005년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끊기’(금연·금주·금욕)가 목표인 이도 있고, ‘채우기’(연애·성공·출세)를 꿈꾸는 이도 있다. ‘안단테’ 같은 키워드는 어떠한가. 느리게, 조금 느리게!! ‘졸라 익스프레스’한 숨가쁜 일상. 쉼표를 자주 찍으며 ‘안단테’하게 생활하자. 쉼표(,) 속에서 느낌표(!)와 물음표(?)도 풍성해진다. 감탄과 의문은 여유의 바다에서 더욱 살아난다. 그리하여 즐거운 새해가 되시기를. 2005 메리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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