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강아지는 꼭 ‘개자식’이 아니다. 멀쩡한 아들딸을 ‘강아지’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집 강아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아이들이 “멍멍” 소리를 내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자식이 귀여워서 그런 거다. 반면 진짜 ‘멍멍이’를 아들딸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고 내 새끼”를 연발하며 뽀뽀까지 불사한다. 개자식도 그렇게 눈에 넣어 안 아플 수 있다. 짐승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제3의 ‘강아지’도 있다. 제비는 박씨를 물어온다지만, 빵제비에겐 ‘강아지’를 물어오던 전설이 있었다. 감방에 몰래몰래 반입되던 담배 한 개비는 눈물겹게 맛있었단다. 재롱도 안 피우는 무생물이 사랑스러울 정도였으니 ‘강아지’라는 은어로 불렀으리라.
하지만 ‘강아지’ 를 ‘귀여워’하다가 ‘가여워’질 수 있다. 강아지 박박 피워대다간, 말년에 강아지 같은, 아니 개 같은 인생을 맞을 확률이 높다. 우리는 폐암환자였던 코미디언 ‘이주일’의 호소를 기억한다. 그 바람에 금연을 결심했던 이들이 ‘이주일’을 넘기지 못하던 풍경도. 물론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확증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서울대 의대쪽이 재판부의 의뢰로 낸 ‘감정’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덕분에 국내 담배 제조업체인 KT&G는 ‘감정’ 상하지 않아도 되게 생겼다. 흡연소송 판결이 “KT의 NG”(코리안 타바코의 잘못)로 날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팀을 강아지처럼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일 게다. 소송에서 지면 ‘폐암’보다 더 무서운 ‘폐함’의 결과가 염려될 테니…. 담배사업을 ‘폐함’.
‘메리’는 똥강아지의 대명사다. ‘케리’ 역시 흔한 강아지 이름 중 하나다.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잡종개도 ‘케리’였다. 이놈이 다 좋은데 너무 순한 게 탈이었다. 도둑이 들어도 짖지를 않아 1년 만에 개장수한테 팔아치우고 말았다. 정들었던 ‘케리’가 떠나던 날, 어머니는 부엌에서 남몰래 눈물을 쏟았다. 여행을 떠났다는 샤론 스톤도 그런 심정일까. 상대적으로 순한 ‘케리’를 보내고 사나운 ‘부시’와 4년을 더 살아야 하다니.
부시 재선 기념으로 한국의 빵제비들이 피우던 강아지를 선물하고 싶다. 흡연이 몸을 해친다지만 좋은 점도 있지 않은가. 4년 전 부시가 처음 당선됐을 때 나는 어느 글에선가 백악관 여직원과의 ‘오럴섹스’를 권한 적이 있다. 전쟁 궁리를 할 바에는 차라리 클린턴처럼 바람둥이가 되라는 논리였다. 돌이켜보건대, 이 방법은 비현실적이거니와 ‘모럴’에도 문제가 있다. 또 꼬셔봤자 넘어올 여자도 없다. 대신 ‘모럴’에 기스 나지 않는 ‘오럴’을 권한다. 담배 한대 폐부 깊숙이 빨아보라. 긴장이 완화되며 마음의 평강이 찾아온다. 내친 김에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모럴’이 부활할지도 모른다. 빨고 또 빨고, 그러다가 결국 폐암까지 걸려주신다면 세계평화에 왔다다. 재판부는 판결하라. 부시와 폐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실하다고!
“불신지옥, 예수천당!” 당신은 두렵지 않은가. 지옥불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깨띠를 매고 노상전도를 시끄럽게 하는 것일까. 그들이 거리에서 전하는 말씀은 ‘호통’에 가깝다. 사실 이런 자극적인 선교구호는 신용불량자들을 두번 죽이는 거다. 불신자들, 즉 불량신용자들의 마음이 지옥일 테니 예수 믿고 빨리 천당이나 가라는 것인가. 차라리 “불신지옥, 대출천당!”이라고 바꿔라. 오싹한 영화 제목 같은 ‘미저리’는 안 된다. 반드시 ‘저리’로 대출해야 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여, 근본이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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