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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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비가 내린 뒤 기온이 부쩍 내려갔다. 거리를 지나면 군고구마의 구수한 냄새가 겨울을 예고한다.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 학교·친척·회사 등에서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관리자들(보통 총무라고도 한다)은 슬슬 고민이 시작된다. 올해 망년회는 어떻게 할까?
한해를 어떤 방식으로 잊을까 하는 총무들의 고민도 고민이지만, 경기불황이 뼈에 사무치다 못해 얼마 전엔 거리로 나가 솥그릇을 집어던졌던 식당 주인들에겐 망년회 특수조차 ‘망’(忘)하고 싶은 듯하다. 사무실이 몰려 있어 주변 회사원들이 즐겨 찾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국수전골 전문식당은 “아직까지 12월 예약은 한건도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인사동의 한정식집도 “경기가 좋을 때는 한달 전부터 12월 초에 열리는 망년회 예약 손님이 있었지만 올해는 한 사람도 없다”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토속음식점을 경영하는 황아무개씨 역시 “경기가 워낙 죽어 일반 예약도 별로 없었다”며 “망년회를 잡기엔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연말이라고 경기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고 우울한 예측을 쏟아놓았다.
메뉴판에도 없는 죽을 내리 쑤고 있는 식당들에 비해, 호텔업계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형편이다. 10월부터 연회장 예약을 받고 있는 호텔들은 대부분 70~8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은 11월 중순 현재 대·중·소 연회장 모두 저녁 예약이 80%에 이르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경기는 안 좋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망년 모임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경우 대형연회장과 중연회장은 월~금 저녁 예약이 80%에 이른다. 다만 최대 수용인원이 50명 이하인 소연회장의 경우엔 아직 절반밖에 예약이 차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 연회장도 꾸준히 12월 예약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갑이 한결 얇아진 회사원들도 이번엔 ‘실속’ 망년회를 치르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원 신아무개씨는 “대학 동창들끼리 모이는 망년회는 성대한 음식보다도 서로 근황을 챙기는 자리면 되지 않느냐”며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카페에서 도시락을 주문하고 간단하게 술을 마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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