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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대한민국 자위대와 대포의 비밀

등록 2004-10-14 00:00 수정 2020-05-02 04:23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몸 사려고’ 했다면 ‘몸 사려야’ 한다. 당신이 ‘성인’으로서 회포를 풀 곳이 없다 해도 ‘성인군자’인 척해야 한다. ‘매매’ 잘못할 경우엔 ‘맴매’당하기 때문이다. 옛 노래엔 다 이유가 있었다. 미아리는 ‘눈물고개’다. 몸 파는 여성과, 갈 곳 없는 손님이 울고 넘는 ‘이별고개’다. 한편에서는 포주들과 집창촌 여성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생존권’을 외친다. 또 한편에선 그이들과 상봉하고픈 남성들이 마우스라는 가면에 숨어 인터넷을 도배한다. ‘성존권’을 보장하라고! 그 논리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우리 ‘사정’ 좀 봐주세요. ‘통사정’합니다. ‘사정’할 곳 없는 우리들도 ‘사정’하게 해달라고요.” 그 남자들의 딱한 사정, 손해사정인에게 호소해도 딱히 돌파구가 없으리라.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해 여성단체들은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책 없는 남성들을 위한 탈성매매 활동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친일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자위대’를 조직하는 건 어떨까. 나중에 과거사 조사 한답시고 친일로 엮지 않기다. 더불어 인터넷 곳곳 포털 사이트 카페에 유사모임을 만들어 퍼뜨리는 거다. ‘오손도손 해소하기’ 같은 카페명은 어떤가. ‘오손이’의 역할이 간접적이지만 정겹게 강조되지 않는가. 우리나라에도 강력한 성매매 특별법의 시대가 오나니… ‘오나니’로 그냥 만족할지어다(일본속어 공부하세요).
광고계에서도 광고할 수 없는 게 있다.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군사기밀’을 공개하겠다. 대포!!! 대한민국 수백수천개의 신문사마다 ‘대포’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만약 당신이 아주 자그마한 동네 신문사라도 무기사찰을 해본다면 그 진실을 캐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다. 이것은 각 신문사마다 서너개, 더 심하게는 열개 이상씩 마련해둔 비상무기다. 신문 아랫도리의 ‘자위’를 위하여!
너무 퇴폐적으로 표현한 감이 있지만, 대포란 무료광고를 이르는 말이다. 광고지면을 유료광고로 다 못 채울 때, 영업을 수주한 것처럼 신문 광고지면에 무턱대고 내놓는 서비스광고다. 여기서 대포는 “쏜다”가 아닌 “친다”고 말한다. 이 대포광고의 특징은 사람을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주인 없는 대포차와 대포폰은 흉악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범죄에 악용되는 탓이다. 물론 사람을 치며 대포를 치는 인간들도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그런 짓을 했다. 이라크에 있다고 광고했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대포광고의 자존심을 더럽힌… 이 ‘무대포’ 광고쟁이들아!
‘교과서 같다’는 건 별로 칭찬이 아니다. 교과서적 사고, 교과서적 행동…. 가령 교과서적 인생이라는 말은 재미없게 살았다는 뜻과 통한다. 그렇다 하여 ‘참고서’를 선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 친구는 너무 참고서적이야” 같은 이야기는 아예 없다. 차라리 “교과서 하나만 보고 공부했어요” 따위가 전통적인 프라이드를 풍긴다. 그래서 여전히 교과서에 목을 매는 걸까. ‘금성’에서 이주해온 듯한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이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를 놓고 시비다. “교과서 답지 않다”는 거다. 다르게 보면, 이거 상찬이다. 창의적이라는 말씀이다. 교과서적이지 않은 교과서, 참고서적이지도 않은 교과서, 결국 “교과서적이지 않은 이 교과서 하나로만 공부했어요”라고 폼나게 자랑하고픈 교과서! 이 땅의 교과서여, 교과서적인 길을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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