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당신은 부적의 효능을 믿는가. 해외여행 나갔다가 살아서 돌아오려면 몸에 부적이라도 지녀야 할 판이다. 사실 우리는 부적국가다. 알카에다는 대한민국을 ‘부적’(副敵)으로 선언하고 공격을 촉구했다. ‘주적’(主敵) 노릇을 하는 미국으로선 우리나라가 힘을 주는 ‘부적’(符籍)처럼 든든할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파병으로 시작된 ‘부적’절한 인연의 결정판이다. 알카에다 역시 야릇한 부적처럼 느껴진다. 중과부적!
의문의 변사체가 발견되면, 경찰은 피살자가 평소에 원한을 사지는 않았는지부터 캔다. 대한민국 외무부 발행 여권이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인터폴은 다짜고짜 이슬람 세계와의 국제적 원한 관계로 사건을 종결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아무튼 이역만리 타지에서 개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한국 사람 아닌 척해야 한다. 가장 쉬운 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 행세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북 사투리 스피킹’ 권장 캠페인을 벌여라. 더 확실한 위장을 위해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도 좋다. 안전을 위한 거라는 데 수단 방법 가리지 말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출국자들에 한해 김일성 배지를 대량으로 제작·보급하라. 만약 이걸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다면 혼란스럽다. 죽은 김일성과 살아 있는 이라크 저항세력 중 누가 더 위험할까. 우리의 주적은 알카에다인가 북한인가. 이제 북한은 남한의 ‘부적’으로 격하되는 건 아닐까? 이참에 더 격하시키자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부족’ 국가로!
‘야타족’보다 건방진 건 ‘배타족’이다. 배에 올라타라고 꼬드기는 오렌지족이 아니다. 자신의 종교만 옳다고 우기며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배타적’인 인간들이다. 나는 프로그램 ‘선교 120주년, 한국 교회는 위기인가’ 편을 취소시키기 위해 방송사 앞에 ‘떼거지’로 모여 ‘어거지’를 쓰는 일군의 기독교인을 보며 통통배에 태워 멀리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솟구쳤다. 배타! 예수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했지만, 원양어선부터 타!!
매주 교회(Church)를 다니는 이들답게, 그들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Church’(처치)하자고 선동하는 듯했다. 나도 청소년 시절 그 누구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지금은 ‘철야 근무’를 밥 먹듯 하는 신세지만, 당시엔 ‘철야 기도’가 영혼의 안식처였다. ‘형제자매’들과 함께 눈 감고 두 손을 꼬옥 모아, 이른바 ‘방언의 은사’라는 걸 받기 위해 몸부림친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한국방송에 ‘성전’을 선포한 일부 ‘성도’ 여러분. 전체 개신교를 욕보이는 ‘망언의 은사’는 그만두시라. 야타나 배타 대신 이타(利他)를 실천하며 철이 드시기를. 그러면 안수기도 해주는 자세로 머리를 쓰다듬어드리리라. 흐흐흐, 잘했어 치타!
부러운 것은 ‘안타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선수가 84년 만에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기록 경신을 위해선 이런 목표가 필요할 것이다. “슬럼프는 안타!” 한국에선 110년 가까이나 병마를 전혀 ‘안타’온 할아버지들의 장수 기록이 화제가 됐다. 사실 기온이 급강하하는 요즘, 주변에선 ‘부음’이 ‘붐’을 이루고 있다. 환절기는 기진맥진한 환자들의 ‘병살타’를 노린다. 테러 위협을 넘어, 환절기를 넘어 모두모두 건강 안타 치시라. 만추에 멜랑콜리한 이들은…… 가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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