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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세상] 이치로는 이칠호?

등록 2004-10-08 00:00 수정 2020-05-03 04:23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샤라포바와 이치로. 스포츠계를 주름잡는 인터넷의 슈퍼 스타들이다. 추석 연휴 이후 잠잠하던 인터넷에 스포츠 열풍이 불었다.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는 한국인의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외국인 스포츠 스타가 되고 있다. 샤라포바는 지난 9월26일 한국에서 처음 열린 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 한솔코리아오픈에 참석해 테니스 실력만큼이나 돋보이는 외모로 네티즌의 눈을 사로잡았다. 샤라포바가 방문하기 전부터 각 포털 사이트에는 ‘샤라 폐인’을 자처하는 팬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검색어 순위에도 줄곧 상위권에 올랐다.
다음에 차려진 샤라포바 팬카페(http://cafe.daum.net/Maria4U)는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동안 신규 회원이 하루에 400여명씩 꾸준히 늘어 가입자가 3만4천여명을 넘어섰다. 또 블로그 이곳저곳에는 샤라포바의 경기 모습, 잡지에 소개된 사진과 동영상, 경기 결과 기사가 경쟁적으로 퍼날라졌다. 샤라포바에 반한 네티즌들은 “왜, 테니스 중계를 하지 않느냐”며 공중파 방송사 게시판에서 떼를 쓰기도 했다.
샤라포바가 인기를 끌자 덩달아 테니스의 인기도 높아졌다. “마리아 샤라포바가 윔블던(결승)에서 쓴 테니스 라켓 모델명 좀 알려주세여” “테니스 하면 팔·다리가 굵어지나요? 여자가 테니스 치면 이상하나요?” “섹시하고 이쁜 테니스 스타 누구 있어여??(쿠르니코바 말구여…)”(이상 네이버 지식검색).
지난 10월2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257개)을 갈아치운 ‘타격기계’ 스즈키 이치로. 이치로는 지금 적어도 인터넷에선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일본인이다. 네티즌들은 이치로의 대기록 작성을 ‘진심 반 질투 반’ 심정으로 지켜봤다.
네이버 메이저리그 게시판에서 필명 ‘diehour’는 “일본인에 호의적이진 않지만, 위대한 기록이니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한국 네티즌 ‘장재’가 이치로의 대기록을 기념해 그렸다는 일러스트는 스포츠 게시판에서 밤낮으로 떠돌아다녔고, 그를 소재로 한 동영상과 사진 등을 올려놓은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들에 대한 조회 수가 높았다. 또 네티즌들은 주요 포털 게시판에 이치로의 경기 일정을 꼬박꼬박 올려놓고 이치로의 일본 프로야구 데뷔 시절의 ‘어리버리한’(?) 사진을 퍼나르며 키득거렸다.
그러나 이치로의 성공을 바라보는 네티즌의 심정은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이치로의 성공이 빛나는 만큼, 이승엽과 박찬호를 비롯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부진의 그늘이 짙은 까닭이었다. 그래서 이치로를 한국인 ‘이칠호(275)’로 바꿔 부르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뜬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염려 마세염. 이치로는 한국인. 나는 자랑스런 대한의 건아 ‘이칠호’다. ㅋㅋㅋ”(네이버 메이저리그 게시판 chogy85), “이치로 선수로만 본받자. 일본인이란 건 잠시 잊자. 그래야 우리(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해낼 수 있다”(kwonj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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