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한동안 뜸했던 북한 관련 소식이 또다시 주요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지난 9월8일 있었다고 전해진 대규모 폭발은 5일이 지났지만 어떤 폭발이 있었는지조차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우리를 어리둥절케 한다. 북한 은 9월13일 밤 “우리 공화국에서는 그 어떤 폭발사고도 일어난 바 없다. 혹시 우리의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울리는 발파 소리에 놀라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해대지나 않는지 모를 일이다”라는 첫 공식 반응을 보였다. 이를 확인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이와는 별개도 언론보도에서 난무하고 있는 버섯구름, 노동미사일 기지, 위장 폭발, 무장 폭동, 지진파 감지 등은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그러나 우리가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폭발 사고가 있었다면 과연 북한 동포들의 희생과 피해는 어느 정도일지이다. 이번 폭발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은 신속하고 가감 없이 이를 공개해야 한다. 사고가 아니라면 폭발을 처음 감지했다는 미국은 해명해야 하고, 부풀리기에 혈안이 됐던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남한의 2000년 ‘우라늄 분리 실험’과 1982년 ‘핵연료 특성 분석 실험’에 대해 북한이 이달 중 열릴 4차 6자회담을 거부하고 나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이 남한의 실험에 대해 ‘관용’을 베풀자 북한은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발끈한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남한의 핵 개발을 묵인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6자회담도 당분간 겉돌 수밖에 없게 돼 답답해진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첫 핵무기 실험을 준비 중이며, 이를 부시 대통령이 보고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져 주목을 받았다. 이라크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던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허위로 밝혀졌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는 부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어떤 일을 벌일지 섬뜩해진다. ‘첫 핵무기 실험’이 김형직군 폭발 사고와 무관한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저런 북한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최근 북한의 움직임과 국가보안법 논쟁은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보안법 존치론자들은 때를 만난 듯 북한을 맹공하며 보안법의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다. 북한이 적화야욕을 불태우며 호시탐탐 남한을 노리고 있는데 어찌 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하겠느냐며 멍석을 깔 것이다. 그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세계 3대 박물관인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대영박물관의 , 바티칸박물관의 등은 비록 박물관에 보관돼 있지만 미소의 신비함과 찬란한 이집트 문화, 완벽한 균형미를 뽐내고 있다.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청자와 백자, 조각, 글씨, 그림에서는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에 간다고 해서 모두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국가보안법이 ‘박물관’에 보관되더라도 독재의 망령으로서 그 생명력을 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후세에게 민주주의와 남북통일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훌륭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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