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애/ 평화여성회 국방팀장
아이야, 이 엄마가 오늘은 옛날 얘기를 들려줄게.
옛날 아주 먼 옛날, 산 좋고 물 맑은 어느 마을에 보름달처럼 둥그렇고 어여쁜 마을이 있었단다. 그곳 사람들은 사시사철 흰 옷을 입고, 손에 손에 쟁기와 낫을 들고 농사를 지으며 평화스럽게 살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에 느닷없이 이상한 쇠붙이를 든 검은 옷의 사람들이 야밤에 들이닥쳤어. 마을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쇠붙이에 당황했지. 도대체 저 요상한 물건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곧 풀어졌어. 검은 옷의 그들은 사람의 손과 우마차처럼 생긴 수레에서 도깨비 불처럼 무서운 불을 내뿜는 쇠붙이, 총과 대포를 앞세워 마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때리고, 죽이기 시작했어. 애써 농사지은 곡식을 강제로 빼앗아가고.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얘기하기 시작했어. “이건 우리가 대대로 살아온 우리 땅이야. 그런데 저들은 우리를 아무런 이유 없이 짓밟고 있잖아. 그냥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마을이 파탄나겠어. 힘을 합쳐 저들을 몰아냅시다.” “옳소, 옳소.”
밀려오는 외지인들에 맞서 싸운 그들은…
마을 사람들은 그날부터 검은 옷의 사람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그들에게 점잖게 “우리 마을에서 나가주시오”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오히려 마을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했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의논했어. 평화스러운 방법으로는 절대 총과 대포를 가진 저들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리라는 데에 동의했어. 그래서 “우리도 무기를 가집시다. 그리고 이 땅에서 안 되면, 저 뒷마을에 가서 그들을 공격하고 괴롭힙시다.” 많은 사람들이 이웃 마을로 갔어. 그들의 손에는 쟁기와 낫, 조잡하게 만들어진 총이 들려 있었지. 그것은 결정적인 무기가 되지 못했어. 하지만 그들은 열심히 싸웠단다. 나쁜 짓을 해대는 검은 옷을 공격해 타격을 주었지. 눈에 불을 켠 검은 옷의 만행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 그 자식들이 졸지에 고아가 되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인 마을 사람들은 검은 옷의 눈이 무서워 누구 하나 거둬주는 사람이 없었지.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 마을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싸웠어. 훗날 자손들에게 떳떳한 조상으로 기억되리라는 기대 하나만을 가지고.
그런데 어느 날 검은 옷의 사람들이 맥없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의아했지. 그리고 곧 누런 옷의 사람들이 들이닥쳐 마을 한가운데 땅에 금을 긋기 시작했어. “이제부터 이쪽은 우리 땅” 하면서 졸지에 반쪽이 마을을 만들어버렸어. 대대로 부쳐온 땅이 바로 개울 건너 있어도, 상을 당한 일가친척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이상한 마을이 되어버린 거야. 그러면서 누가 퍼뜨렸는지 모르는 이상한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어. “검은 옷을 때려눕힌 누런 옷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대. 말을 안 들으면 화를 당할지 몰라. 몸 조심하자고.” 이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이 바로 이웃나라에서 죽도록 고생하며 싸울 때 마을 안에서 검은 옷의 비위를 맞추며 호사를 누리던 자들, 그리고 저 먼 마을로 도망가서 입신양명만을 꾀하던 한줌도 안 되는 몇몇 인간들이 지어낸 이야기였어. 사람들은 허탈했지. 평생 싸워온 게 겨우 반쪽이냐, 안 된다, 우리끼리 다시 온전한 마을이 되기 위해 다시 일어서자. 사람들은 다짐했어. “그래, 다시 한 마을이 되어서 우리 자식들에게 떳떳한 애비, 에미가 되자.”
그러나 결국 그 강한 힘의 누런 옷을 이기지 못하고 반쪽으로 남게 되었어. 마을을 되찾기 위해 싸웠던 반쪽 마을의 자식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검은 옷에게 아부하고 뒤이어 노란 옷에 아부했던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식모살이에, 머슴살이에,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 자기 또래가 하얀 얼굴에, 하얀 손을 갖고 예쁘고 멋진 교복을 입고 다니는 게 무척 부러웠지만 그림의 떡이었지. 예전엔 부모와 친했던 마을 사람들도 언제부턴가 그 자식들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어. 몇몇 못된 인간들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 했지. 그 자식들은 부모가 존경스럽기는커녕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저주하기도 한다는구나.
아이야, 학교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내야 한다고 배우기는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구나. 전래동화와는 달리 힘없고, 용감하지 못하고, 아량 없는 ‘반쪽이’ 나라에 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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