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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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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북이여, 친북이여, 찢어진 북이여

등록 2004-08-26 00:00 수정 2020-05-03 04:23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라이언 킹’(Lion King)을 꿈꾸는 이가 있었다. 한데 요즘 ‘라이어 킹’(Liar King)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다간 본래의 직업 세계로 돌아가 ‘로이어 킹’(Lawyer King)이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헌병’ 경력 때문에 의장직을 ‘엿바꿔먹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때 군인들 사이에선 헌병들이 쓰고 다니는 위압적인 검은 헬멧을 가리켜 “바가지 썼다”는 말로 표현하곤 했다. 이번 경우는 아버지가 쓰고 다닌 ‘바가지’ 때문에 아들이 ‘오물바가지’를 뒤집어썼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과거사 문제를 주도하던 열린우리당의 ‘바가지’가 새는 형국이 돼버렸다. 이~부영 새 의장은 ‘어영부영’하지 말아야겠다.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어린이에게 바가지를 들고 동네방네 소금을 얻으러 다니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은 울면서 소금을 얻어온다. 공개적으로 창피를 줌으로써, 같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려는 풍습이었다. 그건 정말 효과가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기회에 소금을 수십 바가지 얻은 셈 아닐까. 한나라당 역시 바가지는 안 들었지만 엄청난 소금을 수확했다. 앗싸, 깨소금!!


예로부터 구전돼오는 ‘북’에 관한 야한 농담하나를 소개한다. 큰스님이 벌거벗은 젊은 여인들을 앞에 세운 뒤 젊은 승려들의 공력을 시험한다는 이야기다. 승려들 허벅지 위에 놓인 북이 울리나 안 울리나 보려는 것이었다(물론 손으로 북을 칠 리는 없다). 대부분 두둥둥 잔잔한 북소리가 퍼졌다. 큰스님이 호통을 치는데, 한 승려의 북에서만 침묵이 흘렀다. 흐뭇한 마음에 칭찬을 하려다가, 그만 경악을 하고 말았다. ‘발기탱천’ 너무 세게 쳐 북이 찢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친일 규명 움직임에 “친북 행위도 조사하자”고 맞불을 놓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보며 이 북이 떠올랐다. ‘친북’을 조사하는 일은 그야말로 이미 ‘친 북’이며, 더 이상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찢어진 북’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물놀이 공연을 정신없이 반세기간 벌인 ‘동네북’이다. 아예 ‘걸레’ 조각이 된 북! 그래도 박 대표는 ‘북치는 공주’가 되려 한다. “북이 걸레? 난 계속 싸움 걸래!”


‘연좌제’란 ‘연좌농성’이라도 해서 지구 밖으로 추방해야 할 제도다. 아빠엄마에게 “나 태어나게 해달라”고 사정해서 세상에 나온 자식이란 없다. 그럼에도 신기남 의원이나 박근혜 대표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해결방법은 부모를 극복하는 ‘대한의 아들딸’이 되는 거다. ‘효도’는 때로 시대정신을 ‘호도’할 수 있다.
대체복무제 입법을 위해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을 만났다. 그에겐 군대에 가야 하는 외아들 임의진(20)군이 있다. 평소 아버지의 영향으로, 부자가 함께 대체복무제 시행국가인 대만을 시찰한 적도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농반진반으로 병역거부를 권유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들의 대답은 짤막했다. “싫어!” 아버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관둬!” 감옥 살기도 싫거니와, 설사 바뀐다 해도 ‘대체’복무가 ‘도대체’ 좋을 게 뭐냐는 거다. 36개월이라는 기간도 36계를 치고 싶게 했다.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거부!! 아버지에겐 아버지의 길이, 아들에겐 아들의 길이 있음을 인정하면 서로가 행복해진다. 그건 그렇고, 결국 대체복무제 도입시 짝퉁 희망자들이 ‘떼거지’로 몰릴 거라는 병무청의 주장은… ‘떼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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