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아주 클래식한 유머를 리바이벌해보겠다. “잘 모르겠다”를 불어로 하면? “아리송~.” 일어로 하면? “아리까리.” 중국어로 하면? “갸우뚱.” 인도어로 하면? “모르간디.” 독어로 하면? “애매모흐.” 여기까지만 농담이다. 외국어 중에서 독어를 조금이라도 익혀본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말을 ‘애매모흐’하게 기억하리라. “데어 데스 뎀 덴.” 그 다음은 정확하게 이렇다. “디 데어 데어 디, 다스 데스 뎀 다스, 디 데어 덴 디.” 고교 시절 독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던 이들이 줄창 외우고 또 외웠던 ‘정관사의 격변화’다. 이게 문득 떠오른 건 송두율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2002년 2월, 송 교수를 베를린 시내의 한 중국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순전히 “그에게 선물용 과자를 전해달라”는 한 지인의 부탁으로, 독일에 갔던 차에 베를린까지 들른 터였다. 송 교수가 유창한 독어로 음식을 주문하는 걸 보며 나의 입속에선 추억의 정관사 앞머리가 맴돌았던 건데, 그게 지금에 와선 엉뚱한 의미로 다가오는 거다. 데어 데스 뎀 덴… 혹시 이 말들의 기본형을 한국식으로 따지면 ‘데다’가 아닐까. ‘화상’의 동사활용! 정관사의 격변화처럼, 한국 사회는 그동안 격변화했다. 그걸 믿고 당당히 귀국했다. 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은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에 화들짝 ‘데어’버린 셈이다. 더구나 국가정보원은 그에게 독어 대신 뜬금없이 ‘불어’를 강요했다. “불어!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고 불어!” 송두율 교수여, ‘영어(囹圄)완전정복’ 안 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신 걸 감축하나이다.
외국어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만 더 해보자. 베트남어로 ‘대통령’이 무엇인 줄 아시는가? ‘똥통’(tong thong)이다. 참으로 실례가 되는 말씀이지만, 이 땅의 보수세력은 청와대를 ‘똥통학교’ 취급하는 듯하다. 탄핵 사태는 노무현이 빠진 최악의 ‘똥통’이었다.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사건과 관련, 군이 의도적으로 청와대에 보고를 누락한 일도 ‘대통령이 똥통에 빠질 날’을 다시 기대하는 자들에게 설렘을 안겨줬다. 그들은 이른바 ‘국군격려대회’라는 걸 열어 국군이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거부하라고 선동하기까지 했다. 물론 딱 하나만 예외다. 이라크 전장의 ‘똥통’으로 날아간 자이툰 부대원들만 ‘tong thong’에게 충~성! 보수도 안 받으며 보수사회를 건설하시는 분들에게 이 말씀 꼭 전하고프다. “재래식 똥통은 수세식 똥통에게 손가락질 하지 말지어다.”
술은 ‘잠수부’다. 의식의 바다 저 아래에 숨은 유적들을 가끔씩 건져올려준다. 심한 음주 뒤의 ‘구토’는 더럽지만, ‘실토’는 더러운 과거를 씻어준다. 10년 전에 친구를 집단살해하고 토막내 유기했던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 그놈의 술 때문에 잡혔다. 술만 마시면 ‘막말’을 했기 때문이다(‘마~악, 말’을 하다).
국회에 제출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과 ‘제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순항을 위해, 과거 일제와 독재정권 시절에 남몰래 악행을 저질렀던 분들도 술을 퍼마시기 바란다. 아울러 주류회사들은 소주·맥주·포도주·빼갈·막걸리·위스키·샴페인 병에 다음과 같은 ‘경고 및 권장’ 문구를 부착하시라.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혀가 꼬부라지면 옛날에 한 나쁜 짓들을 술술 ‘불어’댈 수 있으므로 부담없이 팍팍 병나발 불어주세요.”(외국어는 역시 ‘불어’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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